지난달 집중호우 때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 사고의 주원인은 마을을 관통하는 약 600m 길이 직관로 수문이 고작 3% 정도만 열려 있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이 직관로 수문은 빗물을 금호강으로 직배수하기 위해 평상시와 강우 초기에 100% 열려 있어야 한다.
또 배수펌프에 흘러드는 쓰레기를 걸러내는 제진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피해방지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 관리 주체가 대구시와 대구 북구로 이원화돼 있던 것도 폭우에 대처하지 못한 이유였다. 결국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사고는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대구시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노곡동 침수사고 조사단’(이하 조사단)을 꾸려 2주간 조사한 결과 노곡동 침수 사고의 주요 원인이 이같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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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곡동 침수사고 조사 결과 발표
앞서 지난달 17일 대구시 북구 노곡동에서는 시간당 최대 48.5㎜에 달하는 비가 내려 오후 2시17분쯤 침수가 발생했다. 침수 사고로 사업장 20곳, 주택 4채, 자동차 40대, 이륜차 1대가 물에 잠겼고 주민 26명이 구명보트로 구조되거나 대피했다.
이후 조사단은 침수 닷새 뒤인 지난달 22일부터 관련 기관에서 제출한 자료 분석과 객관적인 자료 수집, 기술 검토, 직관로 내부와 방재시설 전반에 대한 현장조사 등을 실시했다. 당시 상황 구현 시뮬레이션과 도출된 결과의 비교·보완 분석 등을 위해 여러 차례 내부회의도 진행했다.
집중호우 당일 직관로가 100% 열려있지 않았던 것은 수문의 고장으로 도시관리본부가 수문을 임시 조치로 고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인 지난 6월 19일까지만 해도 직관로 수문은 지지봉에 체인을 매다는 방식으로 개방해 둔 상태였는데, 집중호우 당일 지지봉이 꺾이며 수문이 아래로 내려가 닫혀 버린 것으로 보인다. 수문이 열린 높이는 불과 7.95㎝ 정도로, 수로에서 물이 흐르는 부분의 단면적을 말하는 통수단면적은 3.18%로 급감했다.
또 배수펌프로 흘러드는 쓰레기 등 부유물질을 걸러내는 제진기도 유입 초기 단계에 즉시 가동했어야 하지만 가동이 늦어져 정상 작동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직관로와 별도로 고지대에 터널 형태로 만들어진 고지배수로 입구의 침사지 수문도 닫혀 있지 않았던 점도 원인으로 드러났다. 침사지(沈沙池)는 급히 흐르는 물을 가둬 물에 섞인 모래나 흙 따위를 가라앉히려고 만든 못을 말한다.
고지배수로 침사지 수문은 집중호우가 내리면 수문을 닫아야 하는데 운영 매뉴얼이 현실과 맞지 않아 제때 닫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할 기관인 대구 북구가 침사지 수문 개폐 기준을 금호강 수위 조건(21m)에 근거를 둠으로써 고지배수로 본래 기능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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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로·제진기 기능 상실 등 원인
이밖에도 당시 펌프장 수문 1개가 고장으로 닫혀 있었던 데다 게이트펌프(수문에 달린 펌프) 1개도 고장으로 철거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단은 확인했다.
빗물 펌프장과 고지배수로 등 노곡동 침수피해방지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 관리 주체가 대구시와 대구 북구로 나뉘어져 운영 관리상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조사단은 향후 집중호우나 태풍에 대비한 대책을 단기·중기·장기 등 기간별 대책을 제시했다. 단기 대책으로는 배수시설물에 대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안전점검 실시를 제시했다. 또 골막이나 사방시설처럼 부유물의 대량 유입을 차단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계곡이나 배수로 등의 침전물을 제거해 통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 대책으로 빗물 흐름 체계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노곡지구 배수시설 운영관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대책으로는 제진기 막힘 현상을 방지하는 구조 개선을 통해 방재시스템을 보강해야 하고 우·오수 분류화 사업, 통합관제시스템 체계화, 재난상황 신속 전파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안승섭 조사단장은 "2010년 2차례에 이어 이번에도 반복적인 피해를 겪게 된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과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 자연재해 저감방안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고자 노력하는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조사단 의견을 적극 검토해 자연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노곡동은 물론 대구시가 될 수 있도록 정책에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