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 "스피드 농구로 아시아컵 '죽음의 조' 돌파한다"...6일 호주와 1차전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순 없죠.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강팀과 부딪쳐 보겠습니다."

안준호(69)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5일 개막하는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조별리그 A조에 편성된 FIBA랭킹 52위 한국은 호주(7위·6일), 카타르(87위·8일), 레바논(29위·11일)과 차례로 맞붙어 8강 진출을 노린다. 아시아컵은 16개국이 4개 팀씩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위는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2, 3위는 8강 결정전을 벌인다. 한국은 지난달 치른 일본(21위, 7월 11·13일)·카타르(7월 18, 20일)와의 네 차례 평가전에서 전승을 거두며 아시아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의 마지막 우승은 28년 전인 1997년이다. 2022년 열린 직전 대회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안준호팀은 그 이상의 성적이 목표다.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 농구장에서 만난 안준호 감독은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덤덤할 줄 알았는데, 대회가 다가오니 긴장이 좀 된다. 평가전을 치르면서 높아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매일 새벽기도까지 나간다"고 털어놨다. 백전노장 안 감독이 긴장을 놓지 않는 이유는 A조가 이번 대회 '죽음의 조'로 꼽혀서다. 한국의 첫 상대인 호주는 아시아 최강팀이자 디펜딩 챔피언이다. 레바논은 직전 대회(2022년) 준우승팀이다. 2023~24시즌 DB에서 뛰며 KBL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미국 출신 디드릭로슨이 최근 귀화선수로 합류해 전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혼혈선수가 즐비한 데다 최근 귀화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가드 브랜던 굿윈이 가세한 카타르도 무시할 수 없다. 호주의 조 1위가 유력한 가운데 한국, 레바논, 카타르가 2, 3위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안 감독은 "빅맨도 장신 선수도 없는 한국이 A조 팀 중 '높이'가 가장 낮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움츠러들진 않고 우승하겠단 각오로 임하겠다. 평가전에서 한 수 위 전력의 일본을 물리친 우리 선수들의 실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안 감독의 비장 카드는 '스피드 농구'다. 지난해 2월 부임한 안 감독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현중(25), 여준석(23)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젊은 피'가 주도하는 안준호팀의 빠르고 과감한 농구는 매섭다. 한 박자 빠른 외곽포 시도와 리바운드·압박으로 높이 열세를 메웠다. 안 감독은 "국제무대에선 최단신 한국은 특유의 스피드를 살려서 '죽음의 조'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현역 시절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다. 그는 1982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다. 안 감독은 '원팀 코리아' 정신으론 못 이룰 게 없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안 감독은 "뉴델리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꺾고 우승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투혼을 발휘해 하나로 똘똘 뭉치자 조직력이 빛을 발했고, 넘지 못할 것 같던 상대를 연파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어 "그동안 한국에 부족했던 팀워크와 강한 응집력, 즉 원팀 정신을 대표팀에 입히는 작업을 끝내서 상대가 그 누구든 해볼 만하다. 선수들에게 전사하지 말고 굶주린 늑대처럼 싸우라고 주문했다. 끝까지 살아남아서 전설이 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