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의 전쟁이 3년 넘게 지속되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들이 징병 장교를 야구 방망이로 급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3일(현지시간) 미콜라이우주(州) 부즈케 지역에서 시민들이 징집 활동 중이던 징병장교와 경찰을 공격하고 관용 차량을 파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야구 방망이와 금속 파이프 등으로 무장했고, 징병 장교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고무탄을 장착한 권총을 발사했다고 한다. 양측 모두 부상자가 발생했으나 정확한 부상자 숫자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징병지원센터 측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국가 안보와 국방 업무에 참여 중인 군 관계자에 대한 명예훼손, 살해 위협, 폭행 또는 재산 파괴 행위는 징역 3~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일에는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빈니차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징병소에 억류된 남성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징병소 내부로 침입을 시도했고, 이에 경찰은 이들을 저지하고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까지 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시위대는 당일 징병 회피 혐의로 수배 중이던 남성이 부당하게 체포당했다며 석방을 요구했다. 빈니차 징병지원센터는 “해당 장소는 수용소가 아니라 신체검사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징집 과정에서 강제 징병과 인권 침해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반감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60세 이상 고령자의 입대를 허용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또 지난해엔 징집 기피자 처벌을 강화하고 징집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추기도 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정부가 징병을 강화하면서 시민들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징집 대상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매체는 동시에 “일부 부문별한 보도와 가짜 뉴스가 러시아의 선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선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반(反) 정부 시위가 점화하는 등 사회불안이 가중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 집권 여당이 반부패 기관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법안을 통과하자 시민들이 반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병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지만 러시아의 여름 대공세 기세에 눌려 전선에서 밀리는 중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영토 713㎢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지역은 79㎢에 불과했다. 러시아가 한달 간 우크라이나 영토 634㎢를 장악한 것으로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