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의 핵심 축 중 하나였던 증권시장 과세 강화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부분은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낮추는 방안이다. '10억'이라는 기준이 공정하지도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12만 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5만 명 이상이 동의함에 따라, 해당 청원은 국회 소관 위원회로 회부될 예정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거래세 인상(0.15% → 0.2%)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축소 등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들이 담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반발을 부른 것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다시 완화하려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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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서울 부동산 평균 밑도는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10억 원 대주주 기준’이 부동산과 비교해 불공평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증권사 리테일 부문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식 10억 원이 큰 금액으로 여겨졌지만, 우량주나 배당주에 수년간 꾸준히 투자한 일반 개인 중에도 10억 원 이상 보유한 경우가 많아졌다"며 "아파트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으로 수십억 원의 차익을 얻어도 세금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주식 투자자에게는 대주주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돼 주식과 부동산 간 역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10억 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을 대주주로 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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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없고 변동성 키워" 불만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를 통해 세수를 늘리기 어렵고,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만 키운다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한국거버넌스포럼 측은 “현재도 개인 대주주들은 연말인 12월 31일 전에 주식을 매도한 뒤, CFD(차액결제거래) 등을 활용해 실물 보유 없이 배당소득 중과세와 대주주 양도세를 회피하고 있다”며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추더라도 실제 걷히는 세금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익에 과세하겠다는 원칙은 타당하지만, 정부가 ‘코스피 5000’과 ‘부동산에서 증권으로의 자금 이동’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책 방향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 고수'로 알려진 김봉수 카이스트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주주 양도세를 강화하겠다는 이번 세법 개정은 한 종목에 10억 원 이상 투자한 사람을 세금으로 벌하겠다는 정책"이라며 "이는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 중과세하는 것과 같은 '다주식 중과세'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코스피 5000' 같은 구호는 이제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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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보다 불리? 정부 "사실과 다르다"
다만, 일부 사실과 다른 주장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종목당 지분이 25% 미만이면 국내에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아 개인투자자보다 유리하다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외국인은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범위가 지분율 25%인데 이는 삼성전자 100조원 이상을 가져도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국 투자자들도 국내에 해외 주식 양도세를 내듯이 외국인은 본국에서 세금을 내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다만 지분이 25%가 넘으면 국내에도 추가로 세금을 내는 것으로 국내 투자자보다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치권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늘 중으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에 대한 A안과 B안을 마련해 보고해 달라”며 “빠른 시일 내에 당의 입장을 정리해 국민께 알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