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 전당대회에 출마한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국민의힘 당직자는 이렇게 평했다. 107석의 소수 야당에 불과한데도 ▶사전투표 폐지 ▶사법시험 부활 ▶중앙 부처 지방 이전 등 대규모 공약을 내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서다.
조경태 후보는 ‘사법고시 부활’을 공약했다. 조 후보는 3일 ‘대표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사법고시 부활을 통해 희망의 사다리를 놓겠다”며 “누구나 땀 흘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조경태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또 “중앙 부처를 전국으로 배치하겠다”며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듯 주요 중앙 부처를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전시키겠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주진우 후보는 ‘부산 북항 돔구장(돔 형태의 야구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놨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팬인 그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당 대표가 되면 부산 북항에 복합 돔구장 건설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홈런이 바다로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지는 세계적 랜드마크 될 것”이라고 적었다. 역시 부산이 지역구인 조 후보를 견제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주 후보는 3일 비전대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상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고 동성애를 허용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냐”며 개헌 저지선 사수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도 이날 ▶경제 회복,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자영업 지원을 통한 민생 경제 활성화 ▶인공지능(AI), 원전 등 첨단 신기술 강국 구현 ▶한·미 동행 강화 등 지난 대선 때와 같은 공약을 내놨다.
장동혁 후보는 지난달 31일 보수 성향 유튜브 ‘고성국 TV’에 출연해 “당 대표가 되면 사전선거 제도를 없애고 본투표 기간을 늘리겠다”며 “현장에서 수개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뜬금없다”, “대선 공약 재탕이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김문수·안철수 후보는 불과 3개월 전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다. 중진 의원은 “원래 대표는 전부 다 대권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라며 “보수 재건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고, 전한길씨 등 ‘아스팔트 세력’을 끌어와 자기 정체성만 부각하려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법권과 예산권이 제한된 소수 야당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공약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아직도 우리가 여당인 줄 아느냐”며 “당장 당 시스템 정비, 대여 투쟁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도 없는 상황에서 공허한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