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창원NC파크 심판진은 왜 하필이면 KT 공격이 한창이던 10회초 1사 2, 3루에서 우천 중단을 선언할 것일까.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1 강우콜드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전 5연패 수렁에 빠져있었던 KT. 마운드 운영에서 이강철 감독의 연패 탈출을 향한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선발투수로 7월 31일 잠실 LG 트윈스전 51구 헤드샷 퇴장 이후 이틀을 쉰 에이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내세웠고, 헤이수스가 내려가자 8회초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구원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띄웠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마운드 운영이었다.
강철매직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헤이수스가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 99구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역투를 펼친 뒤 고영표가 2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안정감을 뽐냈다. 헤이수스와 고영표 두 선수로 정규이닝 동안 NC 타선을 1실점으로 봉쇄했다.
타선은 0-1로 뒤진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오윤석이 중전안타로 물꼬를 튼 가운데 규정타석 진입과 함께 타격 3관왕을 노리는 괴물 안현민이 바뀐 투수 김진호를 상대로 1타점 동점 2루타를 때려냈다.
9회말 2사 만루 위기를 극복한 KT는 연장 10회초 선두타자 장진혁이 중전안타, 권동진이 사구, 오윤석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밥상을 차렸다. 그리고 타석에 동점타의 주인공 안현민이 등장했다. 1-1의 균형을 깰 절호의 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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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안현민이 공격하려는 찰나 우천 중단(오후 8시 48분)이 선언된 것. 9회말이 끝났을 시점, 장진혁이 중전안타를 칠 때, 권동진이 사구에 맞을 때 모두 폭우가 쏟아졌지만, 어렵사리 1사 2, 3루 찬스를 만들자 그라운드 철수 지시가 내려졌다. KT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심판진을 향해 중단 선언 시점과 관련해 어필했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늘은 야속하게도 NC파크 그라운드에 계속해서 세찬 비를 뿌려댔다. 그라운드 내야에 깔린 방수포에 물이 흥건히 고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고, 결국 65분의 기다림 끝 오후 9시 53분부로 강우콜드 무승부가 선언됐다. KT가 어렵게 차린 2, 3루 밥상이 허무하게 엎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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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었던 KT 관계자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강우콜드 선언 시점에 빗줄기가 잦아들었다.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은 아쉬운 마음에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고. 다만 비가 그쳤다고 경기 재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국지성 호우가 내리며 1시간 만에 NC파크 그라운드가 엉망이 됐고, 천둥 번개 낙뢰 등에 의한 안전 문제도 우려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마산 지역에 밤 늦게부터 새벽까지 계속 비 예보가 있었는데 강우콜드 선언 이후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논란이 되는 건 심판진의 중단 시점이다. 9회말 종료 후에도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차라리 연장에 돌입하기 전 깔끔한 상황에서 경기 중단을 선언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결과는 똑같은 1-1 무승부였겠지만, 논란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안현민의 타석이 진행됐다고 해서 KT가 득점을 했을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KT는 심판진의 기준 없는 중단 결정에 1사 2, 3루 찬스를 아예 통째로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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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결국 이날도 5연패를 끊지 못하며 시즌 50승 4무 50패가 됐다. 5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가 0.5경기로 벌어졌고, NC와 공동 6위인 상황에서 4일 휴식기를 맞이했다.
설상가상으로 KT의 다음 상대는 시즌 상대 전적 3승 8패 열세에 처해 있는 선두 한화 이글스다. 한화의 경우 광주에서 2일과 3일 연이틀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휴식일까지 더해 사흘의 충분한 휴식을 갖고 5일 KT전에 임한다. 안 그래도 버거운 상대가 체력까지 비축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를 대비해 어떻게든 연패를 끊으려고 발버둥 쳤으나 야속한 하늘과 심판 탓에 우울한 대전 원정을 떠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