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낸 경우, 피해 아동이 보지 않았다 해도 메시지 도달만으로도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8일 아동복지법상 음행강요·매개·성희롱,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B양(8)에게 먹을 것을 사준다는 핑계로 접근해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A씨는 2022년 9월 5일 ‘집에 와’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성기 사진을 두 차례 전송하는 등 B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음란 메시지는 다행스럽게도 B양 어머니가 A씨의 연락처를 차단해 놓아, B양의 휴대전화 ‘차단된 메시지 보관함’으로 저장됐다.
이에 대해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B양이 메시지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부는 B양이 직접 메시지를 인식함이 없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만으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A씨가 전송한 메시지가 B양의 휴대전화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메시지의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성적 학대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행위자가 반드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 아동을 상대로 전송한 메시지가 B양 휴대전화의 ‘차단된 메시지 보관함’에 저장돼 피해 아동이 언제든지 그 메시지에 손쉽게 접근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구 아동복지법 위반죄의 기수(범죄 행위가 완료되고, 범죄의 구성요건이 모두 충족된 상태)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