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수형 기자]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파일럿이 부모님도 몰랐던 커밍아웃과 결혼·이혼까지 전했다.
4일 방송된 KBS Joy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캐나다와 미국 국적을 가진 한 파일럿이 출연해 가슴속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부모님과 함께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갔고, “마음 아픈 일로 한국을 떠났기에, 한국에 대한 슬픔과 증오를 극복하고 싶다”며 “한국을 너무 미워한 게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등학생 때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맞기도 했다”며 “친구도 없이 살았고, 고2 때 과외하면서 알게 된 친구에게 집착했는데, 그 일로 더 많은 놀림을 받았다”며 상처 깊은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해 부모님께 부탁해 이민을 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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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후엔 한국인 없는 곳을 찾아 다녔다는 그는 “한국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웠다”며 고립된 채 살아온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교회에서도 커밍아웃 후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고. “그래도 사람들의 괴롭힘은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성소수자인 그는 “동생에게 먼저 말했고, 이후 2013년에는 12살 연상의 남성과 결혼했다”며 “10년간 함께 살았지만, 2년 전 이혼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혼 후 30대 후반부터 부모님과 관계도 점점 멀어졌고, 커밍아웃도 그제야 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깊은 신앙심을 가진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대로 거셌다.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다. 부모님을 잃을 줄 알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놀라운 반전을 전했다. “작년에 말도 없이 부모님이 퀴어 퍼레이드를 다녀오셨다. 다른 성소수자들을 직접 만나시고 나서 ‘네가 이렇게 힘들었을 줄 몰랐다’고 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상처투성이였던 과거와 가족과의 화해를 마주한 그의 고백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