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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2030년까지 '현금 제로' 추진…현실성은 의문

연합뉴스

2025.08.0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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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인 34%만 은행 신뢰…현금 거래 선호 강해 알바니아 정부, 현금 중심 음성 경제 근절 나서
알바니아, 2030년까지 '현금 제로' 추진…현실성은 의문
알바니아인 34%만 은행 신뢰…현금 거래 선호 강해
알바니아 정부, 현금 중심 음성 경제 근절 나서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알바니아 정부가 2030년까지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알바니아는 세계 최초로 현금 없는 국가가 된다.
알바니아 은행협회 사무총장 스피로 브룸불리는 폴리티코에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현금 제로' 사회로 가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현금으로 결제되는 구매에 상한선을 정하고 추후 유럽연합(EU)의 단일유로지급결제시스템(SEPA)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알바니아 에디 라마 총리도 지난달 중순 기술·스타트업 대표들과 회의에서 2030년까지 현금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모든 금융 거래를 디지털화하겠다는 국가 목표를 발표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알바니아에선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침대 밑에 현금을 보관하는 걸 선호한다. 현금 사용이 일반화한 이유는 많은 거래가 공식 채널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 탓이라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티라나 대학교의 셀라미 제파 경제학 교수는 "현금 폐지는 비공식 경제가 발달하고 금융 시스템에 불법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국가에 절대적 우선순위"라고 언급했다.
알바니아의 음성 경제(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경제 부분)는 국내총생산(GDP)의 29∼50%로 추산된다.
알바니아인들이 현금을 선호하는 것은 은행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이다.
알바니아 은행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34%만이 은행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은행 계좌를 가진 알바니아인이 50% 미만이라는 세계은행의 통계도 있다. 알바니아 중앙은행은 인구의 78%가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유럽 전체 평균 96%보다 크게 낮다.
알바니아에서는 1990년대 초 공산주의 붕괴 이후 은행과 금융 기관, 각종 투자 회사가 등장해 최대 19%의 믿기 어려운 높은 예금 이자율을 약속했다.
이런 열풍은 피라미드식 사기로까지 이어져 알바니아인 6명 중 1명이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 그러나 1997년 초 이런 상품을 출시한 기업이 파산하기 시작하면서 자금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져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알바니아인들은 정부가 사기 행위를 막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익을 챙겼다고 비난하며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약 2천명이 공권력에 사망하기도 했다.
이 사태로 당시 약 12억 달러가 증발했는데 이는 당시 알바니아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였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다 은행 서비스가 비싸고 불편해 현금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알바니아 정부는 이런 현금 중심 경제가 자금세탁, 불법 자금 유통에 취약하다고 보고 음성 경제 축소와 세수 투명성 등을 위해 현금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알바니아 은행 시스템과 사회가 아직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안 돼 라마 총리의 구상은 이상에 그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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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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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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