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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작곡이 날 치유했다”

중앙일보

2025.08.04 08:20 2025.08.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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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 주제곡 ‘골든’을 작곡하고 부른 이재. 아이돌 연습생 출신으로 “더 이상 숨지 않고 빛나겠다”는 곡의 메시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무대로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4일 스트리밍 콘텐트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한 달 반이 지난 지금도 93개국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무당 콘셉트의 걸그룹 헌트릭스가 무대 위에서 악령을 퇴치한다는 ‘한국적 서사’를 바탕으로, K팝 아이돌 문화와 액션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한 것이 비결로 꼽힌다.

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정서가 주제곡 ‘골든’이다. ‘남과 다른 나’를 인정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주인공 루미의 이야기를 폭발적인 고음과 드라마틱한 전개로 전하는 곡이다. 지난 1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 정상을 차지했고, 2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2위에 올랐다.

이 노래를 직접 만들고 부른 작곡가 겸 가수 이재(EJAE·김은재·34)를 2일 서면으로 만났다. 그는 배우이자 전 국회의원인 신영균의 외손녀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전 세계 차트를 휩쓴 소감은.
A : “음악은 언어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전달한다고 믿는다. 이번 기회로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Q : 고음역 소화에 어려움은 없었나.
A : “루미의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강렬한 감정을 담아야 했다. 멜로디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A5 음(남성의 가성 최고음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더라.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작곡가이자 가수로서 한 단계 성장시켜 준 노래다.”

1991년생인 이재는 2003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10년 넘게 가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몇 차례 데뷔가 무산되며 결국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긴 연습생 기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늘 바랐다”며 “이제야 그 결실을 맺는 것이 마치 운명 같다”고 했다.


Q : 데뷔 좌절 후 힘든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
A :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믿음으로 이겨냈다.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은 그 믿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이 마음을 다해 임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작곡이 가장 큰 치유의 통로였다.”

이재는 작곡가로서 수지·트와이스·레드벨벳·에스파 등의 곡 작업에 참여해 왔다. K팝 문법에는 누구보다 익숙했지만, 영화 OST 작업은 처음이었다.


Q : K팝과 OST 작업은 어떻게 다른가.
A : “K팝 작업은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강화하고, 팬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영화 음악은 모든 가사와 멜로디가 스토리라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캐릭터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넷플릭스는 ‘K팝 데몬 헌터스’ OST 중 ‘골든’을 아카데미 주제가상 부문에 출품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디즈니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주제가상,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던 것처럼 ‘K팝 데몬 헌터스’도 아카데미 다수 후보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Q : 오스카 후보로 거론되는데.
A : “후보에 오른다면 그 자체로 꿈만 같은 일이다. 이런 규모로 한국 문화를 조명한 애니메이션 작품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 정말 자랑스럽다.”





황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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