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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 확성기 철거…북 호응 끌어낼 전략도 고민해야

중앙일보

2025.08.04 08:32 2025.08.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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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4일 남북 접경 지역에 설치된 대북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군 장병들이 대북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국방부=뉴스1]


대북 방송 중단 이어 관련 시설까지 철거



긴장 완화 필요하나 상호주의에 기반해야

군 당국이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했던 고정식 확성기를 어제부터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일주일 만인 지난 6월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데 이어 아예 관련 시설 철거에 나선 것이다. 군은 이번 주 내 고정식·이동식 확성기 전체를 철거할 계획이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전방 20여 곳에 문재인 정부 때 철거한 고정식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고, 이동식 확성기도 10여 대를 동원해 대북 심리전을 재개했다. 북한이 괴성(怪聲)을 담은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하는 바람에 전방 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물론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 이어졌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뒤 북한도 스피커를 끄면서 간신히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군은 확성기 철거에 대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상응하는 행동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남북 대화 노력이 결실을 이루려면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 대북 전단 중단, 전방 확성기 및 대북 방송 중지 등 이재명 정부의 대북 조치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담화를 통해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며 깎아내렸다. 이런 북한의 반응은 ‘아직 부족하다’는 식의 추가 주문일 수 있다.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을 악용하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동맹 파기 등 무리한 요구를 제기한다면 지속 가능한 남북 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김 부부장 담화 직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일주일 만에 나온 이번 확성기 철거 조처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측의 짝사랑식 접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가 상호주의를 무시한 채 진행된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한·미 공조에 금이 갈 수 있다. 특히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는 시기와 효과를 따져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 대북 심리전은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 체결 때부터 남북 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해 왔던 부분이다. 그동안 남북이 심리전과 관련해 밀고 당기기를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급변하는 국제사회에 대응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선 현재의 냉각된 남북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의욕만 앞세운 일방적 접근은 곤란하다. 발전적인 남북 관계를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대북 정책에 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과 극으로 치닫지 않도록 목표와 전략,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정권의 진퇴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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