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이영표의 한일 축구의 현실적 격차를 인정한 인터뷰에 대해 일본팬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이영표가 한일 축구의 현실적 격차를 정면으로 인정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한 그는, 이제 일본은 더 이상 넘기 어려운 벽이 아니라 세계적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사커다이제스트웹은 지난 1일 이영표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의 시각을 전했다. 이영표는 학창 시절부터 한일전을 지켜봤으며 과거에는 일본에 패하는 장면을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직접 그라운드를 누볐던 시절에도 일본과 맞설 때 패할 것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일본 축구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당시부터 체계적인 국가대표 시스템 개편과 함께 유소년 육성, 해외 진출 장려 등 구조적 변화가 이어졌고, 지금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축구에서도 강팀으로 평가받는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이라는 장기 목표 아래 모든 대표팀 체계를 재편했고, 유소년부터 A대표팀까지 폭넓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영표는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 선수들의 면면이 그 성과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유럽 진출 숫자만으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짚었다. 어느 리그, 어떤 팀에서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일본은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 라리가 등 주요 리그의 중심 클럽에서 실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표는 일본 대표팀의 경쟁력이 개별 선수들의 퀄리티 향상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은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고, 그들이 대표팀의 전체적인 수준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30년 전보다 20년 전, 20년 전보다 지금의 일본이 더 강하다는 평가는 결코 추상적인 감상이 아니라, 데이터와 현실이 뒷받침하는 객관적 진단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그는 일본 축구의 성장세가 한국 축구에 경고를 던졌다고도 밝혔다. 일본이 거침없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위기의식을 갖게 됐고, 이는 경쟁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고 전했다.
이영표는 단순한 라이벌 구도를 넘어, 이제는 일본의 시스템과 구조에서 배워야 할 지점들이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자존심만으로 버틸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인터뷰는 공개 직후 일본 현지 SNS와 포럼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일전의 무게추가 일본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주장이나 이제 한국은 일본을 두려워하고 쫓는 입장이 됐다는 해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일전에서 한국은 A대표팀 기준 3연패를 당했고, 일본은 조직력과 전술 수준 모두에서 우위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에 대해 보다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2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비셀 고베 창단 30주년 레전드 매치에 참가한 김남일은 여전히 한일 축구의 간극은 닫혀 있다고 말했다. 김도훈 전 울산 감독, 최성용 전 수원 코치 등과 함께 경기에 나선 그는 "J리그에 진출한다고 주전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자리를 잡는 것이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모두가 그 격차를 똑같이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일부는 일본을 인정하며 차이를 수긍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여전히 현실을 직면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남일은 이런 점에서 양국 축구 팬들과 관계자들이 보다 폭넓게 논의에 참여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