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나 이끈 무키 베츠(33)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스스로도 “답이 없다”고 말할 만큼 멘탈이 붕괴됐다.
베츠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에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 1타점 1볼넷에 그쳤다. 최근 3경기 12타수 무안타로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은 102경기 타율 2할3푼3리(399타수 93안타) 11홈런 48타점 출루율 .305 장타율 .358 OPS .663. 201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모든 면에서 저조한 커리어 최악의 성적이다.
후반기 13경기 타율 1할6푼(50타수 8안타) 무홈런 3타점 출루율 .241 장타율 .200 OPS .441로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2번 타순에서 다저스의 공격 흐름을 계속 끊어먹고 있어 베츠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에 따르면 베츠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하루종일 타격 연습을 하기도 하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하고, 일찍 나와서 하기도 했다.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답이 없다”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오타니 쇼헤이와 타순을 맞바꿔 1번 리드오프로도 9경기를 나섰지만 반등은 없었다. 베츠는 “타순 변화도 해결책은 아니었다. 결과는 계속 똑같다. 다시 말하지만 답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다. 이제는 그냥 신의 뜻에 맡겨야 한다”고 내려놓은 듯한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사진] LA 다저스 무키 베츠.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베츠와 타격코치들이 정말 열심히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가장 쉽게 말할 수 있는 부진 원인은 당연히 기술적인 문제일 것이다. 정신적인 요소도 있다고 본다. 그 부분이 베츠를 짓누르는 것 같다. 그래서 베츠에게 계속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베츠는 시즌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위장병으로 구토, 탈수 증세를 보이며 체중이 약 10kg 빠지는 악재를 겪었다. 이로 인해 도쿄시리즈 개막 2연전을 결장한 베츠는 체중과 근력이 빠졌고, 몸 상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스윙 메커니즘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서 개막 후 10경기 타율 3할1푼6리(38타수 12안타) 3홈런 8타점 OPS .974로 시즌 출발은 좋았다. 위장병도 벌써 4개월이 지난 일로 핑계가 댈 수 없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은 “베츠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본인이 누구보다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부진에 벗어나기 위해 너무 열심 하려다 보니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런 일은 언제가 될지 몰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베츠가 자신에게 더 너그러워지면 도움이 될 것이다”며 베츠 스스로 압박감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사진] LA 다저스 무키 베츠.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츠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자신감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자신감의 수준보다는 연습한 대로 내가 해야 할 것을 해야 한다. 안 되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신감이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만 잘 안 풀릴 때는 정말 짜증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12년 커리어 통틀어 이런 부진을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베츠 스스로 더욱 견디기 힘든 모습이다. 워낙 꾸준하게 잘했던 베츠라서 지금 부진은 더 충격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가는 나이로 인해 에이징 커브에 대한 의심도 받고 있다. 에이징 커브라면 다저스도 머리가 진짜 아파진다.
베츠는 2020년 7월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6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부터 시작된 계약으로 올해가 5년째이며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다. 내년부터 7년간 약 2억2300만 달러 잔여 계약이 남아있다. 우리 돈으로 무려 3000억원이 넘는 거액이 남은 상태라 다저스로선 베츠의 반등이 절실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