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심한 견해차' 주장…법치훼손 논란 속 법원이 즉각 제동
사법부 무력화 연장선…야권·시민단체 "끝까지 맞서싸우겠다"
네타냐후, 본인 부패혐의 수사 지휘하는 검찰총장 해임 승인
내각 '심한 견해차' 주장…법치훼손 논란 속 법원이 즉각 제동
사법부 무력화 연장선…야권·시민단체 "끝까지 맞서싸우겠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눈엣가시로 여겨온 검찰총장을 해임해 권위주의 정권의 사법부 무력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4일(현지시간) 내각회의를 열어 "오랫동안 심한 견해차가 있었다"며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의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스라엘에서 검찰총장은 범죄 수사와 기소를 감독하는 최고 책임자이며 정부와 공공기관에 법률에 대한 구속력 있는 해석을 제시하고 민사·형사·행정 소송에서 국가를 대변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는 정치 중립적 역할을 표방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직위라는 관측도 많다.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검찰을 지휘·감독하면서 네타냐후 정권과 갈등을 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이해충돌 우려 때문에 이날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의 해임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아티드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날 결정 직후에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여 해임안 승인의 위법성 심리가 30일 이내에 마무리될 때까지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이 직무를 유지하도록 했다.
야권은 네타냐후 정권의 이날 검찰총장 해임이 사법부를 무력화해 행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본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3년 본인의 부패 의혹에 수사망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편안을 추진했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 전역에서 권력분립과 법치주의 훼손을 막고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반정부시위의 열기는 같은 해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받고 가자지구 전쟁을 시작하면서 사그라들었다.
시민단체 '양질의 정부를 위한 운동'은 이번 검찰총장 해임이 자체 규정을 위반한 불법이며 전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검찰총장의 직위를 정치적 임명직으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결함이 있는 이 결정이 번복될 때까지 법적인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와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의 갈등 원인은 부패 혐의 재판뿐만이 아니었다.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국장을 해임하려는 내각을 상대로 이해충돌을 주장하며 대립했다.
신베트는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들이 카타르와 유착해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이른바 '카타르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다.
초정통파 유대인이 수십년 누려온 병역면제를 끝낸 법원 결정을 따르겠다는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의 입장도 불화의 원인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 초정통파를 연립정권의 한 축으로 삼고 있어 이들의 지지를 잃으면 권좌에서 물러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