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직 당국자들, 트럼프에 "가자전쟁 종식 도와달라"
바라크 전 총리, 정보기관 전 수장 등 600명 서명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이스라엘의 야권 성향 전직 당국자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지구 작전 계획을 막아달라는 공개서한을 미국에 보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에 따르면 에후드 바라크 전 총리 등 이스라엘 전직 당국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전쟁을 끝내고, 인질을 귀환시키고, 고통을 멈추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더 이상 전략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들의 직업적인 판단"이라면서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서한에는 바라크 전 총리와 해외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전 국장 타미르 파르도 등 약 600명이 참여했다.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 수장 출신인 정치인 아미 아얄론은 "우리는 모든 군사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공개서한을 발표한 것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협상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도 최근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존 인질을 한꺼번에 석방하길 원한다면서 하마스의 협상 방식에 더 이상 응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테이블에서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을 조금씩 석방하는 살라미식 협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트코프 특사는 "조각난 방식의 거래는 효과가 없다"며 "이제 이 협상을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마스가 영양실조 상태가 뚜렷하게 확인될 정도로 비참한 모습의 생존 인질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스라엘 내에서도 하마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적의 패배, 인질 석방, 그리고 가자지구가 더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 함께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 후반 내각을 소집해 군이 이 세 가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지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이스라엘과 인질들을 파멸로 이끌고 있다"며 군사작전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