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동남아시아 무대를 완전히 제패한 김상식 감독이 우승 비결로 ‘정(情)’과 세심한 배려를 꼽았다. 물질적 선물과 진심 어린 교감이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는 설명이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1-0으로 꺾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세 번째 연속 우승이자, AFF U-23 챔피언십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이다.
올해 1월 동남아시아 최대 대회인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에서 A대표팀을 정상으로 이끈 김 감독은 U-23 대표팀까지 제패하며 베트남 축구 사상 첫 A대표·U-23 동반 우승을 기록했다. 박항서 전 감독조차 이루지 못했던 성과다.
김 감독은 5일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무더운 날씨에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의 기대와 사랑이 3연패의 원동력이었다”며 “우승은 해도 해도 기쁘다. 더 큰 관심과 부담 속에서도 발전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전 당시 판정에 항의하다 주심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지만 그는 “인도네시아식 인사법을 했을 뿐”이라며 웃어넘겼다.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정감’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베트남에선 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치료실에도 자주 가서 농담을 건네고, 인삼이나 화장품 같은 선물도 챙겼다. 친근감을 주고 다가가 선수들과 교감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 마시는 시간, 숙면 시간까지 계산하며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했다. 세심한 준비가 우승과 맞아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맡으며, 각 팀의 특성을 반영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대표팀은 동기 부여를 통한 헌신을, U-23은 재능을 살리는 경기 운영에 중점을 뒀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올해 초 미쓰비시일렉트릭컵 우승이었다. “이제 현대컵으로 이름이 바뀌는데, 한국 기업이 스폰서하는 대회에서 또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SEA게임 우승과 2030년 월드컵 본선 진출은 김 감독의 장기 목표다.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도 월드컵을 목표로 귀화 정책까지 쓰고 있다. 베트남도 노력하면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 현대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당시 팀을 만들 시간을 충분히 받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며 “현재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 지도 아래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포옛 감독을 존경하고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