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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패권에 맞선 서방…희토류 보유 개도국이 최전선

연합뉴스

2025.08.0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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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SCMP 보도…베트남·미얀마·말레이시아 격전지로 부상 "中 희토류 장악, 수십년 전략적 투자…美, 군용 등 핵심분야 집중이 현명"
中 희토류 패권에 맞선 서방…희토류 보유 개도국이 최전선
홍콩 SCMP 보도…베트남·미얀마·말레이시아 격전지로 부상
"中 희토류 장악, 수십년 전략적 투자…美, 군용 등 핵심분야 집중이 현명"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베트남과 미얀마 등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개발도상국이 미국·유럽 등 서방과 중국 간 희토류 전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서방이 대안 마련 차원에서 중국 이외 국가들에서 희토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운데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 정제·가공의 85%,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의 90% 이상을 점유한 패권국 중국이 대응에 나서 쟁탈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9%를 차지해 중국에 이은 2위 매장국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베트남과 2023년 희토류에 대한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을 맺고 희토류 채굴과 정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희토류 채굴·정제·공급을 국유화한 중국은 지난 4월 중국희토집단유한공사와 베트남석탄광물공사(비나코민)의 공동성명을 통해 협력 기회를 모색 중이다.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이 상당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와도 희토류 가공기술 공유 협약을 하고 매집에 나설 태세다.
세계 3위의 희토류 공급국인 미얀마도 미중 양국의 격전지다.
세계 최대 규모 중(重)희토류 광산들이 있는 미얀마 카친 지역에서 채굴된 중희토류가 정제·가공을 위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얀마에 접근해 해당 중희토류를 중국 아닌 국가로 빼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신문은 2023년 미 행정부가 호주 희토류 업체 리나스(Lynas Rare Earths)에 2억5천800만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에 희토류 생산시설을 설립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리나스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에서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 산화물을 생산했으며, 이는 중국 이외에서 정제 생산된 최초의 중희토류로서 주목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미국은 2022년 일본·한국·인도·영국·호주를 포함한 14개국과 함께 광물 안보 파트너십을 출범시키고 콩고민주공화국·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이 참여토록 하는 방식으로 희토류 프로젝트 개발과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도 지난 6월 핵심 광물에 대한 새로운 행동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한 달 후인 7월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쿼드(Quad) 이니셔티브' 출범시켰다.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재집권한 이후 미중 양국 간 관세·무역 분쟁이 격화해온 가운데 미국의 인공지능(AI) 첨단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본격적으로 무기화하면서, 여타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개도국에서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4일 희토류 17종 가운데 중희토류 7종의 대미 수출을 통제하고 유럽연합(EU)에도 유사 조처를 하면서, 미국으로부터 AI용 칩인 H20의 수출 재개 결정을 받는 '성과'를 거둔 이후 희토류 무기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전기자동차, 첨단 전투기·핵잠수함·반도체 등에 쓰이는 필수 광물인 희토류는 통상 17종의 희귀 원소를 일컫는다.
사실 지구 전역에 존재하는 희토류는 채굴보다는 정제 작업이 관건이다.
대량의 강산(强酸) 등을 동원해 100차례 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탓에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뿐더러 관련 정제 설비와 전력 공급 설비 등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탓에 통제가 용이하고 저렴한 전기료 및 노동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희토류 산업이 개발도상국이자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선 용이하지만 서방에선 쉽지 않은 이유다.
미국도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에 있는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1950년대부터 희토류를 생산했으나 경제적 가성비,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채굴하지 않았으나,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직면하면서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대(對) 중국 희토류 패권 도전은 현재 수준으로 봐선 효과를 보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광물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이슬린 바스카란은 "G7과 미국 중심의 쿼드 이니셔티브 등은 여전히 외교 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짚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중국 프로그램 수석분석가인 후신웨는 "서방의 광물 안보 파트너십이 중국의 공급망 장악에 맞선 실행 가능한 대안인지 불분명하다"며 "협력에 대한 투자가 제한적이고 기술적 전문성도 부족할뿐더러 환경 문제 우려는 희토류 채굴·생산 등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중국의 희토류 장악은 수십 년에 걸친 전략적인 투자 통해 구축된 것이라면서, 따라서 미국 등은 희토류 쓰임이 많은 군용 장비 등 핵심 분야의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짚었다.
SCMP는 이어 이 같은 서방과 중국의 격전지로 떠오른 희토류 매장 개도국들로선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험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베트남·미얀마·말레이시아 등의 시장 규모와 지정학적인 여건을 볼 때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지만, 중국의 희토류 전략엔 '당근과 채찍'이 포함돼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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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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