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지역에서 이승만·박용만 등 독립 운동가들과 함께 항일 투쟁을 주도한 문양목 지사의 유해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오는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봉환될 예정이다. 국권 회복 운동을 위해 1905년 미국으로 건너간 문 지사는 유해로나마 120년 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됐다.
5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맨티카 파크 뷰 묘지에 묻혀 있던 문 지사와 부인 고(故) 문찬성 여사의 유해가 12일 오후 민항기 편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권오을 보훈부 장관이 공항에서 문 지사 부부의 유해와 후손들을 영접해 예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지사는 오는 13일 정부 주관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리는 합동 유해 봉환식을 거쳐 같은 날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충남 태안 출신의 문 지사는 미주 지역 등 해외 항일 무장 투쟁을 통해 민족 의식 선도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일제의 국권 침탈이 노골화하던 1905년 2월 국권 회복 운동을 펼치기 위해 미 하와이로 건너갔고, 이듬해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했다. 1906년 현지에서 한인 민족 단체인 대동보국회를 결성, 기관지인 대동공보사 발행인을 맡으며 동포 사회에서 국권 회복 운동을 주도했다.
1908년 3월 대한제국의 외교 고문 더럼 W. 스티븐스가 일제의 침탈을 옹호하는 글을 발표하자, 미주 한인 단체, 독립 운동가들과 공동으로 스티븐스의 망언을 비판하고 저항하는 활동을 벌였다.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한 출판사 대동신서관을 통해 1910년 2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저작 ‘독립 정신’ 출간을 도왔다.
이후 재미 독립 운동가 박용만 지사가 설립한 한인소년병학교에 학생들을 권유·입교시키는 등 사관 양성을 독려했고, 북미 대한인국민회 총회장을 맡아 재외 군인 양성 운동을 펼쳤다. 해외 독립군 기지 개척과 시베리아·만주 지역에서 지방 총회 설립 등도 주도했다. 정부는 문 지사의 이런 공훈을 기려 그를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같은 날 문 지사 외에도 캐나다·브라질 등에 묻힌 독립 유공자 유해 5위가 후손들의 손에 들려 순차적으로 입국한다. ▶항일 결사체 ‘일맥회’를 조직하는 등 항일 무장 투쟁 활동을 한 김덕윤 지사(1990년 애국장) ▶광복군 총사령부 보충대에 몸담은 독립 운동가이자 6·25 참전용사인 김기주 지사(1990년 애족장) ▶광복군에서 정보 수집과 공작 활동을 전개한 한응규 지사(1990년 애족장)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미주 지역에서 독립운동 자금 지원을 한 임창모 지사(2019년 애족장) ▶광복군 서안 제2지대에 입대해 한·미 전략첩보국(OSS) 합동 군사훈련 등에 참가한 김재은 지사(2002년 애족장) 등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독립 유공자 유해는 매년 한 두 분 정도 봉환했으나,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6위를 한꺼번에 모셔오게 됐다”며“후손들과 협의해 해외에 묻힌 독립 유공자들의 국내 봉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앞서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원생 지사의 묘도 새로 발견해 유해의 국내 봉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안 지사의 경우 후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