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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풀리자 매출 뚝"…사장님들 비명 터진 이곳

중앙일보

2025.08.05 00:31 2025.08.06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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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사흘째인 지난달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현물 카드를 지급받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식품 판매업자 최은주(27)씨는 "최근 2주간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시행되면서다. 최씨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이 자사몰 형태로 온라인에서만 장사를 하고 있다. 온라인 매장은 소비쿠폰의 사용처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씨는 "연 매출 규모가 1억원 수준의 자사몰이라 소규모 자영업자인데도 수백만원의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주변에서는 소비쿠폰 이후 적자를 우려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소비쿠폰 소외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소비쿠폰 사용처에 온라인이 제외되면서 매출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장사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 사용제한은 대규모 이커머스 등 대기업 보다는 전통시장과 동네가게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조치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존 온라인에서 사던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면서, 온라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옷가게 모습.   연합뉴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전날(4일) 기준으로 전 국민의 93.6%(약 4763만명)에게 지급됐다. 8조5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소비쿠폰 지급 후 소상공인의 매출 일부 회복세도 확인됐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소비쿠폰 배포 첫 주(7월 21일∼27일) 동안 전국 소상공인 평균 카드 매출액은 전 주 대비 2.2% 늘었다.

문제는 소비쿠폰의 수혜가 영세 자영업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1차로 지급된 소비쿠폰은 주소지상 지자체 관할 지역에 있는 오프라인 사업장으로 사용처가 제한된다. 이에 따라 온라인 자영업자들은 매출 변화가 미미하거나 되레 매출이 감소하는 ‘소외 부작용’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연매출 1억5000만원 규모의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자사몰에서 모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두군데 모두 결제 건수가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가구 쇼핑몰 대표 노광수씨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효과가 오프라인 점포를 둔 자영업자들에 집중되다 보니 우리는 아무 효과도 느끼지 못한다. 매출이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동네 슈퍼마켓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뉴스1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0대 생활업종 중 통신판매업 개인사업자는 61만1825명으로, 전체 통신판매업 사업자(64만3246명) 중 대다수를 차지한다. 자사몰을 운영하는 영세 온라인 자영업장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자사몰 솔루션 플랫폼 '카페24'의 자사몰 기반 거래액(GMV)은 지난해 12조5000억원으로, 전년(11조3000억원) 대비 10.1% 증가하는 등 최근 3년 꾸준한 증가세다. 카페24 관계자는 “자사몰 운영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 사업자 비중이 법인 사업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9월 지급되는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때는 온라인 사용을 일부 허용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세 소상공인 매출 회복이라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목적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온라인 자영업자들도 정책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을 제외하더라도 연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 이하인 온라인 자사몰에서만이라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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