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강원 강릉 시내 한 의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급박한 사정으로 병원 휴업을 알려드립니다. 8월 1일부터 3개월 이상'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 남성이 안내문을 보고도 2층까지 올라갔다가 문이 닫힌 것으로 확인하고서 발길을 돌렸다.
2017년 문을 연 이 의원이 휴원하게 된 건 허리 통증 완화 시술을 받은 환자 여러 명이 이상 증상을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의사 1명과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총 7명이 근무하는 작은 의원이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시내 중심지에 있는 의원이라 농촌에서 버스를 타고 나온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었다”며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모르고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이 의원에서 허리 통증 완화 시술을 받은 뒤 이상 증상을 보여 강릉에 있는 A종합병원을 찾은 환자는 현재까지 8명이다. 이들은 지난 6~7월 해당 의원에서 통증 완화 신경 차단술 등 허리 시술을 받은 후 극심한 통증, 두통, 의식 저하,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상 증상을 보인 환자 8명 가운데 60대 남성 1명은 지난달 27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이어 2명은 중환자실, 3명은 일반병실에 입원 중이다. 다행히 2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환자 연령대는 60~80대로 남성 3명, 여성 5명이다. 보건당국은 60대 남성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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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단 규모 18명
이번 역학조사는 환자들이 입원한 A종합병원 의료진의 신고로 시작됐다. 최근 이 병원에 극심한 통증과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잇따라 방문했는데 검사를 해보니 대부분 혈액이나 뇌척수액에서 황색포도알균(MSSA)이 발견됐다.
황색포도알균은 법정 감염병에 해당하지는 않아 보건당국에 곧바로 신고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의료진이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을 이상하게 여겨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의원에서 시술을 받을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 28일 강릉시보건소에에 신고했다.
강원도감염병관리지원단과 강릉시, 질병관리청, 수도권질병대응센터 등은 곧바로 역학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역학조사단 규모는 18명이다.
역학조사단은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주사제, 시술 준비 과정 등 의료진 면담 조사를 통해 감염 위해 요인을 확인했다. 이어 시술장 등 환경ㆍ기구 및 의료진 검체 62건을 확보, 의료 감염 등 역학적 연관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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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 대상 6월 1일부터로 확대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 해당 의원 종사자 3건, 시술장 등에서 13건의 황색포도알균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질병관리청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고, 질병청은 의원에서 나온 균과 환자에게서 나온 균의 유전자형이 동일한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어 보건당국은 추가감염 방지를 위해 시술 중단을 권고했고 이 의원은 1일부터 휴진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은 최근 2주 이내(7월 18일~7월 31일) 동일 시술을 받은 대상자 269명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로 20명이 통증 등 이상 증상을 호소했고, 이 중 3명은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대상을 6월 1일부터 동일 시술을 받은 환자로 확대한다. 6월 1일~7월 17일에 시술을 받은 394명이 대상이다. 발열과 통증 악화, 부종, 감각저하 등 건강 이상 유무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 이 기간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환자들에겐 이상 증상 발생 시 강릉아산병원 또는 강릉동인병원 응급실로 내원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문자를 해당 병원 의료진에게 보여주면 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협의도 마친 상태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릉시와 협력해 동일한 시술을 받은 이력이 있는 대상에 대해 건강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며 “심하게 열이 나고 주사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거나 통증 악화, 하지 감각 저하, 무력감 등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보건소 직원에게 상세히 설명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