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금융사 ‘이자놀이’ 지적에도 불구하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가 최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죄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오르면서, 역설적으로 예대금리차는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관치금융의 역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은행연합회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에 따르면 6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대출 상품 제외)는 1.38%~1.51%로 5월(1.21%~1.45%)과 비교해 상하단 모두 큰 폭으로 올라갔다. 특히 6월 신한은행(1.5%)과 하나은행(1.38%)의 예대금리차는 은행연합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해당 은행들의 금리차는 지난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이후 5월까지는 다시 줄어들었지만, 지난달 큰 폭으로 또 벌어졌다. KB국민은행(1.44%)과 우리은행(1.37%)의 6월 가계 예대금리차도 역대 세 번째로 크게 나타났다.
올해 초만 해도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다시 좁혀지고 있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영향 등에 수도권 일부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강도 높은 대출 죄기를 주문하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예대금리차도 벌어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예대금리차가 확대한 이유가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이 아닌 장기 시장금리가 올라간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6월 주담대 금리가 올라간 것은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11%포인트 오른 것이 주요한 이유”라며 “5년물 금리는 장기금리이므로, 기준금리 인하 횟수나 폭에 대한 기대감 등이 선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효과가 예대금리차를 벌린 요인 중 하나라고 본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엄격한 대출 총량 관리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이미 올려놓은 상황”이라면서 “원래는 가산금리를 더 낮춰야 하는데 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서, 높아진 가산금리를 계속 유지하게 됐고 지표금리까지 오르자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6·27 대출 규제가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예대금리차 확대 기조는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반기 대출 총량이 상반기보다 절반으로 줄면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금리가 아니라 비가격 방식으로 대출 관리를 하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금리를 낮춘다면 대출 죄기 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주담대 금리는 높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예대금리차를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