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빗줄기가 번갈아 찾아오는 요즘, 이제는 잠시 일을 놓을 때가 되었다. 휴가. 마음이 설레는 단어다.
휴가는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다. 재충전의 시간이다. 우선 지속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심리적 재충전을 하게 한다. 실제 직장인들은 휴가를 다녀오면 더 높은 에너지와 긍정 정서를 경험하며 직무를 대한다고 한다. 인지적 재충전의 역할도 한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업무들은 익숙해져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뿐, 대부분 자기통제와 집중력 등 고차원적인 인지 자원을 소모한다. 그래서 휴가 후에 사람들은 더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자기효능감을 보인다. 휴가를 안 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집에서 보내는 휴가와 집을 떠나는 휴가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까? 다수의 심리학 연구에서는 떠나는 휴가를 추천한다. 집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 집에 있으면 일거리가 계속 보인다는 주부들의 항변처럼 심리적 격리가 완벽하지 못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뇌는 익숙한 자극에 대해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지만, 새로운 자극 및 장소를 대하면 보상회로가 활성화되고 도파민이 샘솟는다.
특히 도시보다는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자연의 힘은 막강해서,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아도 회복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니, 직접 경험한다면 얼마나 더 좋겠는가. 집에서 보내는 휴가는 회복 효과가 2~3일 내 급격히 사라지는 반면, 여행으로 보내는 휴가는 효과가 2주간도 지속된다. 결국 여행 중에서는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지만, 여행 후 삶의 만족도는 상승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율성이라고 한다. 내가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계획한 휴가가 진정한 회복이지, 타인이 만들어 놓은 일정을 따르는 것은 또 다른 노동일 수도 있다. 물론 오늘도 ‘바다’를 외치는 아이들의 등쌀에, 아마도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휴가를 떠나겠지만, 독자분은 모두 자율적이고 즐거운 휴가를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