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일본~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로 연결되는 해양 방어선을 중심으로 거부(denial)하겠다는 트럼프 2기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과 해외주둔 미군 배치 검토(GPR)에 따라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주둔 미군의 대변동이 예상된다.
8월 발표 예정인 국방전략에 앞서 지난 3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잠정 국방전략 지침에 서명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을 ‘유일한 주요 위협’이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공을 거부하는 것을 ‘유일한 주요 시나리오’로 규정했다. 향후 주요국과의 전쟁을 계획할 때 중국과의 충돌만을 고려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감안할 때 다른 전장에서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고, 러시아·이란·북한에 대한 억제는 동맹국(나토·이스라엘·한국·일본)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준비’가 완료되는 2027년까지 오직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초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겨냥 군사력 집중하는 미국
유럽·중동 미군 줄여 인·태 배치
주한미군도 역할 조정 가능성
“한국의 전략적 가치 설득해야”
유럽 미군, 3만7000명 이상 감축 전망
이를 위해 유럽 주둔 미군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가 변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으로 10만명까지 증원된 미군을 최소한 2014년 수준(약 6만3000명) 또는 그 이하로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의 에너지 자급자족으로 2010년대 이후 대외 전략에서 그 중요성이 감소한 중동 주둔 미군의 경우 현재 약 5만명 수준에서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전인 약 3만4000명 수준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엔 항공모함 전단을 더는 중동에는 배치하지 않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나아가 해·공군 중심으로 2만명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 감축된 미군 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지휘하는 전체 병력은 약 38만명. 이 중 9만6000명이 전진 배치돼 있다. 해군은 1개 항공모함 전단이 일본, 공군은 7개 전투기 편대가 한국과 일본, 육군은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을 포함해 2만명이 한국, 해병대는 일본, 괌, 호주 등에 2만2500명이 각각 주둔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이미 최근 몇 년 사이 빠른 속도로 인·태 지역의 해·공군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괌에 전진 배치된 공격용 핵잠수함을 3대에서 5대로 늘린 것, 일본에 B-1 폭격기와 MQ-9 리퍼 무인공격기를 처음 배치한 것, 필리핀과 호주에 대공 방어와 해상 공격이 가능한 SM-6와 지상 발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타이폰(Typhon) 미사일 체계를 구축한 것 등이다.
주한미군, 감축이냐 역할 조정이냐
그렇다면 과연 ‘한·미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주한미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국 내에서는 두 가지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하나는 한국에 배치된 약 2만명의 육군 전력은 북한 억제가 목적이기 때문에 전략적 유연성이 떨어져 감축 또는 철수해야 한다는 조정론자들의 주장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앨브리지 콜비 국방차관 등 국방부 수뇌부 인사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은 중국 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경기 평택 소재)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을 미국의 해양 방어선을 지키는 데 적합한 지역으로 분산 배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 상·하원 내 다수, 합참, 육군, 인·태 사령부, 주한미군 사령부 등 대부분의 미군 지도부와 일본은 대중국 억제를 위해서라도 대북한 억제가 중요하다며 주한미군 철수나 대규모 감축에 반대하고 있다. 유사시 중국의 대만 침공과 북한의 남한 침공이 동시에 일어나 ‘이중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들도 주한미군을 인·태 지역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 2006년 한·미가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향후 주한미군의 변화 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전면 철수, 대규모 감축(육군 철수), 제한적 감축, 역할 조정, 현상 유지가 그것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중 제한적 감축 또는 역할 조정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제한적 감축 시나리오는 미 국방부가 외신 보도를 부인했지만, 약 4500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이다. 주한 미 육군의 주력인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의 철수 가능성이다. 역할 조정 시나리오는 주한미군의 현재 규모는 유지하되,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을 기동성이 대폭 강화된 경전투여단 또는 특수작전부대로 대체해 역내 작전에 투입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가 병행될 수도 있다.
북·미 협상 카드 가능성 차단해야 주한미군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는 북·미 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기 때인 2018년 열린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북핵 협상의 카드로 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엔 소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을 외면하는 트럼프를 견제하던 미군 고위장성 출신 인사들)’의 만류로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2기엔 이들과 같은 존재가 없다. 또한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미군의 군사력 재배치 전망과 한·미 동맹’ 보고서에서 “향후 협의 과정에서 한국의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 조선업 등 방위산업 기반의 전략적 가치, 한·미 동맹의 대중국 방어력 보유, 적절한 수준의 국방비 증액 등을 카드로 미국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