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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정책 맡은 이춘석, AI주식 사들였다"…與 차명거래 쇼크

중앙일보

2025.08.05 13:00 2025.08.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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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주식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전날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주식 거래 앱을 사용하는 사진이 찍혔는데, 계좌 명의가 보좌관의 이름 ‘차○○’(붉은 색 원 안)여서 논란이 커졌다. 이 의원은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날 밤 법사위원장에서 사퇴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연합뉴스, 사진 더팩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한 의혹이 일자 5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 의원이 보좌관 차모씨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고, 이날 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경찰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온라인 매체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증권 거래 앱을 통해 네이버 등 주식 거래를 했다. 문제는 사진 속 계좌 주인의 이름이 ‘이춘석’이 아닌 보좌관 차씨였다는 점이다. 차씨의 주식 계좌에 찍힌 보유 주식은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 등으로 평가 금액 총액이 1억원이 넘는다. 이런 사진이 찍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중에도 ‘국감장에서 주식 창을 들여다보는 국회의원’이란 사진이 찍혔는데, 당시 계좌 주인도 차씨였다.

10개월에 걸쳐 두 번의 사진이 찍혔지만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 의원의 재산신고 내역엔 본인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주식(증권)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금융 실명 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은 모든 금융 거래를 실명으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 은닉 등 불법적인 목적으로 차명 거래를 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야당 “국정위 AI정책 맡은 이춘석, AI국대 종목 사들였다”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확산하자 5일 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춘석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타인 명의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더팩트]
차명 거래 의혹이 확산하자 국민의힘은 총공세를 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에 따르면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치주의의 선도자가 돼야 할 법사위원장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을 금융실명법 등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며 “이 의원은 법사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법을 심사하고 정의를 논해야 할 법사위원장이 차명 거래 의혹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국회 전체의 권위와 윤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법사위원장인 데다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고 있다는 걸 고리로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했다. 곽 대변인은 “내부자 거래는 범법행위로까지 엄히 다스려야 하는 중죄”라며 “심지어 당일 오전 거래한 종목이 그날 오후 정부 AI(인공지능) 국가대표 발표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는 1400만 개미 투자자가 아닌 이 의원을 위한 것이었느냐”고 했다.

당권 주자인 주진우 의원은 “(이 위원장은) 경제2분과장을 맡았고, AI 정책을 담당한다. K-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에 네이버와 LG CNS가 포함돼 있다”며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다. 이 정도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수사도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재명 정부 AI 정책을 직접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AI 종목 주식 차명 거래를 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드린다”면서도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나중에 조사하면 밝혀질 것”이란 답변을 반복했다.

국민의힘 “AI 정책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이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이던 시절(2021년 1월~2022년 7월) 비서실장을 맡았던 보좌관 차씨는 ‘더팩트’에 “의원은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제가 주식 거래를 하는데, 의원에게 주식 거래에 관한 조언을 자주 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자신의 휴대전화로 알고 헷갈려 (내 것을) 들고 들어갔다”며 “거기서 제 주식창을 잠시 열어본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도 차씨 명의로 거래하는 사진이 찍혔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상습범이 아닌지 의심스럽다”(송언석 위원장)는 입장이다.

이날 의혹이 불거지자 이 의원뿐 아니라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외치던 여권 전체를 향한 여론은 크게 악화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한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정부와 여당을 향한 개미 투자자의 원망이 커지던 상황에서 여권 고위 정치인의 불법 거래 의혹이 번지자 민심이 요동친 것이다. 이 의원 관련 기사엔 “코스피 5000 만든다더니 차명 거래로 만든다는 거였냐” “주식하는 사람 세금 뜯어가려고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차명 계좌로 세금도 회피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도 하느냐”는 식의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주식 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언급한 걸 거론하는 글도 잇따랐다.

이날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 위원장과 차씨를 각각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와 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하는 등 수사당국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 의원은 이날 밤 입장문을 통해 “오늘(5일) 하루 저로 인한 기사들로 분노하고 불편하게 해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이라며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 이상 부담을 드릴 수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로 인한 비판과 질타는 오롯이 제가 받겠다”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죄송하다”고 했다.

정청래 “당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사과
이 의원으로부터 이날 밤 8시쯤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 탈당하겠다”는 전화를 받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고,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권향엽 대변인은 전했다. 정 대표는 “자진 탈당을 하면 더 이상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의혹 보도 2시간 만에 윤리감찰단에 이 위원장에 관한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었다. 권 대변인은 “주식 시장에서 어떠한 불법 거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처럼, 정청래 당 대표도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법사위원장 사퇴와 탈당은) 법을 심사해야 할 법사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차명 주식 거래를 한 탈법 행위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며 “향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자본시장법, 금융실명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빈.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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