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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당선이 반면교사?…옛 친윤계, 野전대에 침묵하는 이유

중앙일보

2025.08.05 13:00 2025.08.0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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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8·22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등록 마감 결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장동혁 의원, 조경태 의원, 주진우 의원(왼쪽부터,가나다순) 등 총 5명이 신청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5인의 당권 주자들. 연합뉴스

8·22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옛 친윤계는 조용하다. 국민의힘 주요 선거 때마다 후보 옹립을 하거나 불출마를 종용하며 선거에 직접 개입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불출마로 ‘주적’이 사라진 데다가 ‘반탄’(탄핵 반대) 진영 내부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옛 친윤계와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은 국민의힘 소속 107명 의원 중 60명 이상을 차지해 여전히 주류 세력으로 평가된다. 이들 중 대다수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 등 반탄 후보로 기울어 있다. 개혁 성향으로 인적 쇄신을 주장하는 조경태·안철수·주진우 의원 등에겐 상대적 반감이 크다. 옛 친윤계 재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 대표가 당선돼 우리 당을 해체한다고 선언한 만큼 맞서 싸울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특정 인물을 도드라지게 미는 친윤계는 찾기 어렵다. 현재까지 공개 지지 모양새가 연출된 건 지난달 31일 김 전 장관의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이 유일하다. 2023년 3·8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의원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만들어 김기현 대표 체제를 밀어붙였던 모습과 정반대인 셈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갈등 끝에 당으로부터 후보 교체 직전까지 갔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 들어서며 박수를 받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옛 친윤계는 6·3 대선 때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당내 경선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출마했지만 옛 친윤계 상당수는 김 전 장관 캠프에 합류했고, 김 전 장관은 실제 후보가 됐다. 이후 옛 친윤계 핵심인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 지도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후보 교체라는 무리수까지 동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랬던 국민의힘 주류의 기류가 변한 건 당내 구심점이 사라진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연판장 작성에 참여했던 의원은 “대통령과 지도부가 모두 없는 지금은 집단 행동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3대 특검이 옛 친윤계를 겨냥해 강제 수사에 나서면서 이들이 당권이 아닌 개인 방어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각자도생의 상황인 점도 작용했다.

대선에 패배했지만 후보였던 김 전 장관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도 침묵의 배경으로 꼽힌다. 후보 교체 논란 때 주류 측은 “말을 바꿨다”는 이유로 김 전 장관에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각종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김 전 장관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를 쉽게 비토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옛 친윤계 초선 의원은 “구원이 있는 김 전 장관이 당선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8·2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의 반면교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정청래 대표가 현역 의원 다수의 지원을 받은 박찬대 의원을 너끈하게 누르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국민의힘 대표도 당원투표 80%, 여론조사 20%를 각각 반영해 뽑는다. 그런 만큼 당원 지지세가 큰 김 전 장관의 당선을 인위적으로 막기 힘들다는 게 국민의힘 의원 다수의 계산이다. 주류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김 전 장관을 지원해 후보를 만든 경험이 있지만, 당시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놓고 볼 때 1위 후보였다. 지금 그를 등지고 다른 후보를 대표로 삼기란 쉽지 않다는 게 친윤 주류의 판단이다.

다만, 8·22 전당대회 당일 4인의 대표 후보 중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국민의힘은 1·2위 후보자 간의 결선 투표를 치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앞서가는 상황이지만 만일 결선 투표가 열리면 주류의 선택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대?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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