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입에 붙인 男 50명…말레이시아 시위 논란, 무슨일

말레이시아에서 여성들이 월경 때 사용하는 생리대를 마스크처럼 두른 채 정치 시위를 벌이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민주행동당(DAP) 소속 남성 당원 50명은 최근 외부 지역 출신 인사의 상원의원 임명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 도중 시위대는 입에 생리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생리대처럼 두껍고 흡수력이 강한 침묵을 표현한 것"이라고 퍼포먼스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DAP 당내에서도 반발을 불렀다. DAP 여성위원회와 여성 단체들은 "생리대는 여성의 일상을 상징하는 물건이지 정치적 조롱 수단이 아니"라며 즉각적인 비판에 나섰다. 특히 DAP 여성위원회 대표 테오 니 칭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 학교에 결석하는 여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은 정치 시위를 위해 막대한 양의 생리대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여성행동협회(AWAM)도 이번 시위를 "몰상식하고 퇴행적"이라고 규정하며, "생리대를 정치적으로 전유하는 것은 매우 무감각하고 여성 혐오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번 논란은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가 '생리 빈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에 발생해 더 큰 공분을 샀다.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는 생리용품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13~17세 여학생이 상당수라고 한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농촌 지역 소녀들 절반 가까이가 생리용품을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지 네티즌들은 "차라리 튼튼한 테이프를 쓰지 그랬냐", "어리석은 행위", "시위는 예술적이며 창의적일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불쾌감을 줘서는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혜연([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