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지형준 기자] 손흥민(33, 토트넘)의 토트넘 홋스퍼 커리어가 막을 내렸다. 선발로 출전해 약 65분을 소화한 그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교체아웃됐다. 토트넘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토트넘 홋스퍼는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20252경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치러 1-1 무승부를 거뒀다.토트넘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8.03 / [email protected]
[OSEN=정승우 기자] 매 시즌 선수는 떠나고 또 새로운 얼굴이 들어오는 게 프로축구의 일상이지만, 손흥민(33)의 작별만큼은 달랐다. 토트넘 홋스퍼 FC 역사에서 이토록 많은 우려와 찬사를 동시에 남기고 떠난 선수는 없었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서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라고 직접 밝혔다. 그리고 단 이틀 뒤,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년 전 아시아 최고 이적료(3,000만 유로)로 화려하게 입성했던 토트넘에서의 여정은, 이제 프랜차이즈 스타의 찬란한 작별로 막을 내리게 됐다.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의 이적을 두고 "토트넘이 10년 만에 프랜차이즈 스타 없이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가레스 베일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던 2013년 이후, 클럽은 늘 '상징'을 필요로 했다. 해리 케인이 그 역할을 잇더니, 케인이 떠난 뒤엔 자연스럽게 손흥민이 상징이 됐다. 그리고 2025년 여름, 그마저도 없게 됐다.
프리미어리그 333경기 127골. 공식전 454경기 173골 101도움. 단순히 숫자만으로 손흥민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는 토트넘 팬들이 10년간 얼마나 안정적으로 그의 존재를 느껴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시즌엔 부상 여파 속에서도 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손흥민이 진정한 가치를 증명한 무대는 오히려 그라운드 밖이었다. 전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는 그를 주장으로 지명하며 "클럽 내 모든 테이블에서 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선수단과 스태프 간의 소통 허브였고, 유로파리그 결승에서는 "이 경기는 그의 유산을 결정지을 경기"라는 말까지 들을 만큼, 존재 자체로도 동기부여의 상징이었다.
상업적 파급력은 그 자체로 독보적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토트넘을 가장 좋아하는 구단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손흥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투어, 유니폼 판매, 스폰서 유치, 소셜 미디어 팔로워까지 모두 손흥민의 존재와 연결돼 있었다. 실제로 토트넘 홈에서 경기가 열리는 당일, 그의 유니폼은 700벌 이상 판매돼 팀 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BBC' 역시 그를 "조용히 위대함을 실현한 리더", "결국 자신이 전설임을 인정한 영웅"이라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번리전 푸스카스상 수상 장면을 '손흥민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골'이라 정의했고, "손흥민은 모든 구성원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리더였다"고 정리했다.
손흥민은 유럽 대항전 트로피 하나 없이 커리어를 마무리하리라 여겨졌지만,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끝으로 모든 비판을 뒤집었다.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41년 만의 유럽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해리 케인조차 하지 못한 클럽의 '유럽 정복'을 실현하며 낭만적인 작별을 완성했다.
현재 토트넘은 손흥민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제임스 매디슨이 스타성 있는 미드필더로 꼽히지만, 무릎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 수비진의 크리스티안 로메로나 미키 반 더 벤은 실력은 있지만, 브랜드 파워 면에선 한참 미치지 못한다. 모하메드 쿠두스, 도미닉 솔란케, 루카스 베리발 같은 이름들이 오르내리지만, 베일·케인·손흥민의 계보를 잇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빅6' 중 토트넘만 유일하게 구단을 대표할 만한 상징 선수가 없다. 아스날에는 부카요 사카, 맨체스터 시티엔 엘링 홀란, 리버풀엔 모하메드 살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엔 브루노 페르난데스, 첼시엔 콜 파머가 있지만, 토트넘은 그 중심이 사라진 상태다.
손흥민의 작별은 단순한 이적이 아니다. 그는 토트넘이라는 클럽이 가진 정체성과 시대의 얼굴이었고, 한 세대를 상징한 마지막 아이콘이었다. 그가 남긴 기록, 유산, 존재감은 단지 수치가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이 "Nice one, Sonny"를 외치며 보낸 찬사 그 자체다.
이제 손흥민은 LA로 향했지만, 그의 이름은 언제나 화이트 하트 레인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하늘 아래 남아 있을 것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