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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아이티 주민들…국내엔 갱단 준동·외국에선 '추방'

연합뉴스

2025.08.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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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심 상반기 3천여명 피살…아일랜드 선교사 등 피랍 사례도 유일한 육로 이웃 도미니카공화국, 매달 아이티 국적자 3만여명 쫓아내
갈 곳 잃은 아이티 주민들…국내엔 갱단 준동·외국에선 '추방'
수도권 중심 상반기 3천여명 피살…아일랜드 선교사 등 피랍 사례도
유일한 육로 이웃 도미니카공화국, 매달 아이티 국적자 3만여명 쫓아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카리브해 섬나라인 서반구 최빈국 아이티의 주민들이 국내에서 갱단 폭력에 내몰리고 외국에서 범법자로 쫓겨나며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이티와 유일하게 육로 국경을 접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이민청은 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 "이민법과 국경 통제강화 계획에 따라 불법체류 상태에 있던 아이티 출신 3만1천462명을 7월 한 달 동안 본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 이민청은 지난달 10월부터 10개월 동안 월평균 3만명의 아이티 국적자를 귀국 조처했으며, 전략적 통제 지역 외에도 전역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인력을 충원해 배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은 쿠바에 이어 카리브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히스파니올라섬의 동쪽과 서쪽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19세기 한때 아이티가 도미니카공화국을 지배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도미니카공화국이 경제력과 국력 면에서 아이티를 압도한다.
이 때문에 많은 아이티인이 일자리를 찾아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넘어갔는데, 루이스 아비나데르(58) 대통령은 2020년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스타일' 강경 이민 정책으로 이주 흐름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연임(임기 4년)에 성공한 아비나데르 대통령은 콘트리트 국경 장벽 설치에 이어 아이티인 비자 발급 중단, 국경 지대 병력 증강 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공공보건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아이티 출신 임신부와 어린이를 추방했는데, 이를 두고 유엔이 비판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이티 국내 상황은 여전히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로 아이티 국내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실향민은 120만명에 육박한다.
국내 실향민은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통상적 거주지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나, 국경을 벗어나지는 못한 이들을 뜻한다.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의 80%가량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갱단의 준동 속에 무장 폭력 범죄로 삶을 마감한 이들의 숫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3천137명에 달한다는 게 아이티 유엔사무소(BINUH) 추산이다.
범죄 조직원들은 지역 주민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뿐만 아니라 집단 강간, 성 착취, 아동 인신매매 등도 자행하고 있다고 아이티 유엔사무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
실제 지난 3일 포르토프랭스 외곽 도시에서는 갱단원들로 추정되는 괴한이 보육시설에 난입해 아일랜드 출신 선교사인 지나 해리티를 포함한 성인 7명과 3세 아동 1명을 납치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은 보도했다.
포르토프랭스 유일 무료소아병원도 운영하는 이 가톨릭계 보육시설 측('Nuestros Pequenos Hermanos')은 성명을 내 "우리는 존엄성, 정의, 사랑으로 무장한 채 어린이를 보호하고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아이티에서의 우리 사명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시몬 해리스 아일랜드 외무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해리티는 아이티에서 약자를 지원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며, 아이티 외교당국과 지소서 연락을 취하며 피랍자 석방을 위한 조처를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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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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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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