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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로열오페라 단원들 "이스라엘 공연 거부"…'토스카' 백지화

연합뉴스

2025.08.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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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가수·악단원 등 182명 공개서한…가자 민간인 참상 규탄
英로열오페라 단원들 "이스라엘 공연 거부"…'토스카' 백지화
무용수·가수·악단원 등 182명 공개서한…가자 민간인 참상 규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영국 로열 오페라단이 새로 제작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프로덕션을 내년에 이스라엘 무대에 올리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민간인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협업해서는 안 된다는 단원들과 직원들의 반발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런던 소재 '로열 발레 앤드 오페라'(RBO)의 앨릭스 비어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토스카' 새 프로덕션을 이스라엘에 보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일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텔아비브 소재 '이스라엘 오페라'는 올리버 미어스가 연출을 맡아 RBO가 제작한 새 프로덕션을 들여와 내년 7월에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언급을 모두 삭제해버린 상태다.
이스라엘 오페라는 공연 일정은 그대로 두고 다른 프로덕션으로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스라엘 오페라가 이 프로덕션을 자사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작년에 RBO에 제안해 협업을 추진해왔으나 양사가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는 RBO 공보 담당자의 설명을 전했다.
비어드 CEO는 협업 취소 배경으로 "해당 지역에서 악화하고 있는 인도적 위기와 그에 따른 우리 구성원들의 안전에 대한 위협"을 꼽았다.
그는 이스라엘과 가자 전쟁에 대해 RBO가 취해온 입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단원들과 직원들의 공개서한이 이사회에 오기 전에 이미 취소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RBO는 이번 결정을 직원들에게 알리면서 이스라엘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RBO의 무용수·가수·악단원 등 단원들과 예술·창작·기술·행정 분야 직원들은 비어드 CEO와 RBO 이사회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내 이스라엘 공연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개서한에는 "우리는 담론을 형성하고 문화적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계수준의 조직으로서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민간인 대량학살을 하는 국가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기관들에 우리가 제작한 프로덕션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RBO의 본거지인 런던 코번트가든 소재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공연 후 커튼콜 도중에 한 무용수가 무대에 나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자 무대 옆에서 한 남자가 나와서 이 깃발을 뺏으려고 하는 장면이 관객들에게 목격됐다.
RBO 단원들과 직원들이 보낸 공개서한에는 이 남자의 신원이 연출자인 올리버 미어스로 지목됐다.
새 토스카 프로덕션도 미어스가 연출을 맡았다.
이 프로덕션은 올해 9월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지휘는 다음달 음악감독 임기가 시작되는 야쿠프 흐루샤가 맡으며, 여주인공 '토스카'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알렉산드라 쿠자크, 남주인공 '카바라도시'로 테너 프레디 데 톰마소, 남성 악역 '스카르피아'로 베이스바리톤 제럴드 핀리가 각각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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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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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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