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지난 5일 대전 한화전에 강백호(26)를 4번 타순에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후반기 타율 1할대로 저조했지만 창원 NC전에서 마지막 날부터 타격감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4번 타순으로 기용했다. 지난 4월17일 광주 KIA전 이후 112일 만에 4번 타자 선발 출장이었다.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에게 눌려 첫 3타석에선 무안타로 물러났다. 문동주에게 통산 타율 8할(5타수 4안타) 2볼넷으로 강했지만 이날은 2회 1루 땅볼, 5회 헛스윙 삼진, 7회 3루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2-2 동점이 된 8회 2사 만루에서 강백호가 해결사로 나섰다. 한화 마무리투수 김서현을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존에 들어온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으로 타구를 높이 띄웠다. 높이 8m 몬스터월 상단을 맞고 떨어지는 타구로 주자 3명 모두 홈에 들어왔다. KT의 5-2 역전승을 이끈 결승타. 강백호의 한 방으로 KT도 5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경기 후 강백호는 “팀의 연패를 끊을 수 있어 정말 좋다. 누가 결승타를 치든 팀이 이긴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며 홈런이 아깝게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맞을 때는 잡힐 줄 알았다. 펜스에 맞거나 잡힐 거라 생각했다. 대전 신구장에 처음 왔고, (몬스터월 쪽으로) 처음 쳐보는 거리라 홈런이 될지 확신하지 못했다. (히팅 포인트) 앞에서 맞았는데 생각보다 멀리 날아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윙 스팟에 잘 맞았고, 스핀량이나 발사각도 괜찮았다. 타구 스피드가 빠르다고 해서 꼭 멀리 가는 건 아니더라. 그랬으면 제가 매년 홈런 30~40개를 쳤어야 했는데 발사각이나 스핀량도 중요하다. 운이 잘 맞아떨어진 타구였다”고 설명했다.
모처럼 4번 타순에 들어선 것에 대해서도 “컨디션은 계속 괜찮았다. 공 보는 것도 괜찮았고, (지난달 29~31일) LG전부터 공이 중심에 잘 맞았다. 타이밍 싸움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타격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좀처럼 결과로 나오지 않아 답답함이 컸다. 그는 “정말 답답한 상황이었다. 감은 좋은데 잘 맞은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가고, ABS 끝에 걸치는 공들도 나왔다. 감이 좋았서 (결과가 나지 않는 것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결과가 잘 나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KT 강백호. /OSEN DB
올 시즌을 끝으로 첫 FA가 되는 강백호이지만 부상 악재 속에 56경기 타율 2할3푼9리(197타수 47안타) 8홈런 33타점 OPS .727로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4월 중순 우측 복사근 염좌로 열흘을 빠졌고, 5월27일 수원 두산전에선 주루 플레이 중 우측 발목 인대가 파열돼 두 달 가까이 결장했다. 발목을 다치기 전까지 5경기 타율 5할6푼3리(16타수 9안타) 1홈런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기에 더욱 아쉬웠다.
강백호는 “이제 좀 반등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다쳐서 잘 안 풀린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다 지났고, 지금은 팀이 이겨야 하는 상화이다. 어떻게 해야 팀이 이길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다. 조급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타격감이 괜찮고, 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을 뒤로 하고 5강 싸움을 벌이는 팀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현민이라는 리그를 지배하는 괴물 타자가 탄생했지만 앞뒤 타자들이 약해 집중 견제를 받은 KT로서는 강백호의 반등이 절실하다. 이날 3타점 결승타를 계기로 강백호가 KT의 5강 싸움을 이끌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