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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오픈AI, 6년 만에 개방형 모델 출시…오픈소스 시장 참전

중앙일보

2025.08.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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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국가 간 개방형(오픈소스) 인공지능(AI) 모델 경쟁이 심화하면서 오랫동안 폐쇄형 모델을 고집해온 GPT 개발사 오픈AI도 외부 개발자 플랫폼에 새 AI 모델을 공개했다.



무슨 일이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

오픈AI는 5일(현지시간) AI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 페이스에 오픈웨이트(open-weight) 기반의 새 언어모델 ‘GPT-oss-120b’와 ‘GPT-oss-20b’를 출시했다. 오픈웨이트는 오픈소스처럼 학습 데이터를 전부 외부에 공개하는 모델은 아니지만 데이터 처리 과정을 알 수 있는 가중치(웨이트)를 공개해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오픈AI가 오픈웨이트 모델을 출시한 건 2019년 GPT-2 이후 처음이다.

오픈AI는 이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GPT-oss 시리즈에 대해 “최고급 내부 모델을 기반으로 강화 학습 훈련 등을 거쳐 비슷한 규모의 모델 대비 추론 작업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며 “120b는 핵심 추론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폐쇄형 모델인) o4-미니와 거의 동등한 결과를 달성한다”고 밝혔다. GPT-oss 시리즈는 코딩·수학·의료·에이전트 도구 사용 등에서 높은 벤치마크 성능을 거뒀다는 게 오픈AI 측 설명이다.

오픈소스·오픈웨이트 형태의 오픈 모델은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자유롭게 수정·사용이 가능하다. 오픈AI는 “로컬 등 온디바이스 환경, 서드파티 추론 제공업체 등 어디서든 쉽게 실행되게끔 설계했다”며 “개인 개발자부터 대규모 기업, 정부까지 각자 인프라에 맞춰 모델을 실행하고 맞춤 설정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게 왜 중요해

오픈웨이트 모델인 GPT-oss 시리즈는 엄밀히 말해서 학습 데이터까지 공개한 ‘오픈소스’는 아니다. 다만 챗GPT-3 부터 줄곧 폐쇄형 모델 출시만 고집했던 오픈AI가 개방형 생태계에 발을 디뎠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가진다.

량원펑 딥시크 CEO가 1월 20일 오후 리창 총리 주재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CC-TV 캡처

오픈AI의 전략 변화는 지난 1월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강력한 성능의 추론모델 R1을 오픈웨이트로 공개한 데서부터 시작됐다. 시장이 중국의 놀라운 기술 발전에 집중할 때, 메타플랫폼의 수석과학자 얀 르쿤은 “중국 AI가 미국을 뛰어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픈소스 모델이 독점 모델을 능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당시 “우리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한 뒤 오픈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이 경쟁에서 한발 늦은 오픈AI가 내세운 무기는 ‘안전성’이다. 오픈AI는 이날 “오픈웨이트 모델이 출시되면 악의적인 목적을 위해 공격자가 모델을 파인튜닝(미세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우리는 모델이 안전하지 않은 명령(프롬프트)을 거부하고 추출을 방어하도록 훈련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악용시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는 생물학 및 사이버 보안 데이터를 중심으로 방어 체계를 더 공고히 했다고 전했다.



‘전략적’ 개방 바람 확산

전 세계에선 최근 AI 오픈 모델 경쟁이 한창이다. 무료 개방을 통해 민간의 혁신을 촉진하고 AI 민주화를 이룬다는 게 표면적 목표지만, 그 이면에는 AI 생태계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딥시크로 세계적 이목을 끈 중국은 오픈소스로 미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상하이 ‘2025 세계AI대회’ 개막식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AI 기술이 소수 국가나 기업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AI 협력 기구 설립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바이두 같은 대기업도 지난달 자사 AI 모델 ‘어니(Ernie) 4.5’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등 광범위한 전략 변화를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again, MAGA)'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역시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AI 액션 플랜에서 오픈소스와 오픈웨이트 AI 모델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해당 문건에는 “미국이 미국의 가치에 기반한 선도적인 오픈 모델을 보유하도록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며 “오픈소스와 오픈웨이트 모델은 일부 비즈니스 영역과 전 세계 학술 연구에서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오픈형 모델들은 지전략적(geostrategic) 가치를 지닌다”고 적혀 있다.

‘국가대표AI’ 개발 정책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 역시 민간 기업들의 다양한 AI 서비스 출시를 유도하기 위해 ‘오픈소스 기반의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추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네이버·LG·카카오·업스테이지 등 국내 정보기술(IT) 회사들 역시 최근 오픈 모델 출시에 가담해 이 영역에서의 기술력 경쟁을 본격화하는 추세다.



정용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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