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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춘석 넘어 여권 전체 겨냥…“혼자 정보 취득했겠나”

중앙일보

2025.08.06 02:30 2025.08.0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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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 투표를 마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이춘석 의원이 주식 차명 거래 논란으로 6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지만 국민의힘은 “꼬리 자르기”라며 여권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AI(인공지능) 국가대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날 해당 프로젝트 참여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다”며 “그 자체로 심각한 이해충돌이며 공직윤리 위반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할 심각한 국기문란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의원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의 주식 거래 앱은 보좌관 차모씨 명의로 접속돼 있었고, 해당 계좌엔 네이버와 LG CNS 주식이 담겨 있었다. 공교롭게 이들 주식은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가대표 AI’ 정예팀 5곳에 포함됐다.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기업들은 향후 정부 지원을 받아 ‘K-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정부 발표 직후 네이버 주가는 정예팀 선정 등의 호재로 장중 6%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를 선별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경제2분과장을 맡은 점을 파고들고 있다. 분과장으로서 AI 정책을 총괄한 이 의원이 AI 정책 수혜주를 사들인 걸 고리로 “국정 지위를 악용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추궁하고 있다.

이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고 형사 고발까지 한 국민의힘은 개인 일탈이 아닌 여권 진영 전체의 문제로 키우고 있다. 송 위원장은 “이 의원 혼자만 이런 정보를 취득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관련 정보를 보고받았거나, 전달했거나, 취급한 인물까지 전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온갖 완장질과 이해충돌로 얼룩진 국정기획위를 즉각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박충권(왼쪽부터)·김은혜·곽규택·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은 미공개 정보 이용과 이해충돌 문제가 국정기획위 등 여권 전반에 퍼져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AI뿐 아니라 국정 주요 정책을 다루는 인사들이 산업 전반에 걸친 미공개 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주식 종목을 미리 알고 수익을 챙긴 이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상을 국회의원 전체로 넓혀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진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의원처럼 내밀한 국정 정보를 이용해 수혜주, 테마주를 선취매한 국정기획위원들이 없는지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보좌진 명의로 차명 재산을 굴리는 의원들을 색출해 국회의원 배지를 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에 이번 사건을 더한 ‘4대 특검’도 제안했다.

또한 이 의원과 보좌관 차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의심하고 있다. 전북 출신의 차씨는 민주당 전북도당 당직을 맡고, 이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이 의원과 정치적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이 의원이 차씨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좌관도 재산 변동 내역을 등록하게 돼 있는데,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며 명의를 제공한 이유가 의심된다”며 “이 의원 뿐 아니라 여러 정치인 자산의 저수지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과 차씨의 전체 재산 내역을 조사하면 더 큰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압박도 하고 있다. 지난 4일 사진이 찍힌 차씨 명의 계좌엔 약 1억원 상당의 주식(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이 담겨 있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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