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이대선 기자]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20252경기, 토트넘 홋스퍼 FC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FC의 프리시즌 친선경기가 열렸다.토트넘 손흥민의 고별전이자 양민혁과 뉴캐슬 박승수의 맞대결로 주목받는 이번 경기는 단순한 프리시즌 친선경기가 아닌, 전설의 마지막, 신예의 등장 교차점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더해진다.경기 종료 후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8.03 /[email protected]
[OSEN=정승우 기자] 손흥민(33)의 토트넘 여정은 가장 완벽한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10년 동안 한결같이 한 클럽에 몸담았던 스타가 마침내 떠난다. 손흥민은 지난 3일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감정을 억누르며 팬들과 작별을 나눴다. 6만 4,773명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를 소화했고, 곧 LA FC 이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 작별은 결코 쓸쓸하지 않았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빌바오의 밤을 정복하며 17년 만에 토트넘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주장 완장을 찬 채 유럽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손흥민은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완벽한 장면이었고,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토트넘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영국 '스탠다드'는 6일(이하 한국시간) "빌바오에서 이뤄낸 유로파리그 우승은 손흥민 커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엔딩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최정상급 공격수로 군림했던 그의 마지막 트로피이자, 토트넘과 함께한 모든 서사의 결실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스탠다드는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총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구단 역대 득점 순위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단 한 골 차로 마틴 치버스를 추격하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따지면 333경기 127골을 넣었다"라고 조명했다.
손흥민은 그 무대가 클수록 강했다. 2019년 새 구장이 문을 열던 날, 역사적인 첫 골을 넣은 주인공이 손흥민이었다. 같은 해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할 당시, 손흥민은 토너먼트에서 4골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자가 됐다. 그중 3골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나왔다. 그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가장 괴롭힌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과르디올라 감독은 "손흥민이 그간 우리를 얼마나 좌절로 몰아 넣었는지를 떠올려봐라!"라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다.
맨시티를 상대로 21경기 8골 5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경기장 위에서 언제나 시계를 멈추게 하는 존재였다. 다만 스탠다드는 "만약 손흥민이 2년 전 아스날의 우승을 막았던 그 경기에서 골을 넣었더라면, 그의 커리어 평가는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라고 회상했다. 결정적인 순간, 골문을 외면했던 그 한 장면이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손흥민의 토트넘 커리어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인 2015-2016시즌, 토트넘 데뷔 해에 그는 40경기 8골에 그치며 어려움을 겪었고, 독일 복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스탠다드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스탠다드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감독실에 찾아가 '편하지 않다,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감독이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그를 설득했고, 그 선택은 토트넘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잔류' 중 하나가 됐다. 이후 손흥민은 포체티노의 전술 핵심으로 자리잡았고, 해리 케인과 함께 '손케 듀오'를 형성하며 리그 최강의 공격 라인을 이끌었다.
그런 손흥민이 클럽 역사상 최고 선수 중 하나로 불리는 케인과 비교되기 시작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케인이 팀을 떠난 후에도 남은 손흥민은 마침내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기며, 자신만의 결말을 만들어냈다.
2022-2023시즌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1위(23골)를 기록하며 모하메드 살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데뷔 시즌을 제외하고 그는 6년 연속 모든 대회 포함 18골 이상을 넣었고, 세 차례 ‘토트넘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이런 꾸준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적 시장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로맨티시스트'였다. 유소년 시절부터 자라온 아카데미 출신이 아님에도, 10년 동안 한 클럽에서만 뛰는 선수는 매우 드물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남은 자'였고, 그 충성심은 결국 트로피로 보상받았다.
물론 지난 시즌은 숫자상으로는 하향세였다. 정규 시즌 11골은 데뷔 시즌 이후 최저 기록이었다. 유로파리그 결승까지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도 손흥민의 경기 내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 그는 여전히 핵심이었다. 주장으로서의 리더십, 라커룸 내 신망, 팬들과의 연결 고리는 여전히 강력했다.
손흥민은 지금 스스로 원한 방식으로 토트넘을 떠난다. 토트넘이 두 차례 재계약 제안을 건넸지만, 손흥민이 모두 거절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축구계에서 흔치 않은 이별 방식이며, '레전드'라 불릴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스탠다드는 "손흥민은 단지 떠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전설임을 증명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완성한 주인공이다"라고 정의했다.
아시아 선수로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유럽 트로피 우승, 리그 100골 돌파, 푸스카스상 수상, 클럽 내 득점·도움 순위 상위권… 그리고 무엇보다, 10년 동안 토트넘이라는 팀의 상징이 된 이름. 손흥민은 이제 스스로 전설로 떠났고, 남은 것은 전 세계 팬들의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