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맞대결을 7-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선발 투수였던 터커 데이비슨은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7월 1일 사직 LG전(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8탈삼진 2실점) 이후 36일 만에, 그리고 5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날 승리로 데이비슨은 10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데이비슨은 이날 등판이 고별전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구단은 데이비슨에게 방출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김태형 감독과의 면담이 끝나고 선수단에도 소식이 전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던 전준우를 포함한 선수단은 경기가 끝나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왔고 데이비슨과 사진을 찍으면서 조촐한 송별회를 개최했다. 포수 유강남이 방송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는데, 유강남의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선수단 전원이 함께 송별의 사진을 찍었다.데이비슨에게 10승을 축하하는 물폭탄 세리머니도 했다. 그리고 선수단 저마다 데이비슨과 포옹을 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한 선수는 데이비슨과 단체사진을 찍은 뒤 “마음 아프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쉬운 분위기가 선수단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만큼 데이비슨은 선수단에 잘 융화됐고 분위기 메이커로서 역할을 다했다.
이날 데이비슨의 마지막 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도 “데이비슨의 마지막 경기에 호흡을 맞추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포수인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삶도 응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모두가 아쉬워 하지만, 그래도 롯데는 어쩔 수 없는 결단을 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다. 10승을 달성한 날이라고 할 지라도 그동안의 등판 내용과 결과들을 보면 데이비슨을 시즌 끝까지 품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날 경기까지 데이비슨은 22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65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데이비슨의 이닝 당 출루 허용은 1.39로 높은 편이었다. 규정이닝 외국인 투수 12명 중 11위에 그쳤다. 평균자책점도 10위에 불과했다. 10승 투수라고 할 지라도 70구 즈음부터 구위가 떨어졌고 타순을 3번째 만나는 순간부터 피안타율이 급증했다. 한 시즌을 치르기에는 충분히 괜찮은 선수다. 하지만 가을야구 이상을 노리는 팀의 외국인 선수라면 기준 미달이었다.
롯데는 꾸준히 데이비슨을 대체할 선수를 찾고 있었고 포스트시즌 출장이 가능한 외국인 선수 등록 마감 시한(8월 15일)을 앞두고 결국 방출을 통보했다. 데이비슨에게 방출을 통보한 것은 새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것. 6일 경기 후 한 매체는 롯데가 데이비슨의 대체 선수로 빈스 벨라스케스를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롯데는 일단 “유력 후보이고 최종 협상 중이다”고 설명하며 확정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의 기류는 벨라스케스가 새롭게 롯데 유니폼을 확률이 높아졌다.
2010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라운드로 지명 받고 2015년 데뷔한 벨라스케스는 빅리그 통산 191경기(144선발) 38승 51패 평균자책점 4.88의 성적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은 없지만 올해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트리플A 콜럼버스 클리퍼스 소속으로 18경기(18선발) 81⅔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기록했다.
일단 현재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트렌드인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로 윽박지르는 유형이다.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지난 2023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지난해까지 재활에 전념했다.
재활을 끝내고 본격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다. 가장 최근 등판은 트리플A 경기로 8월 1일(한국시간)이었고 잭슨빌 점보쉬림프(마이애미 말린스 산하)와의 경기에 등판했다. 5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5실점, 투구수 89개를 기록했다. 이날 싱커 38구, 너클 커브 18개, 포심 14개, 슬라이더 12개, 체인지업 7개를 구사했다. 포심 최고 구속은 최고 96.1마일(154.7km), 평균 93.9마일(151.1km)을 기록했다. 싱커 역시 최고 94.5마일(152km), 평균 92.9마일(149.5km)을 기록했다. 구속 자체는 KBO리그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황.
일단 실전 감각은 문제 없다. 수술 이력이 있지만 선발 투수 경험이 마이너리그는 물론 빅리그에서도 충분하다. 롯데가 가을야구와 3위, 그 이상을 원한다면 조건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투수다.
하지만 10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선수들과 잘 융화가 됐던 외국인 투수와의 이별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듯 하다. 프로 세계의 이성과 동료로서 교류를 맺은 선수들 간의 감성이 교차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