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망가뜨린 우크라인 얼굴, 3D 프린팅으로 재건하는 의사들
첨단기술로 부서진 턱뼈 복원…신체 회복 넘어 정체성 되찾게 도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심각한 안면 부상으로 인해 신체·정서적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다.
이들이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들이 3D 프린팅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부상자들의 얼굴을 재건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료진은 환자 맞춤형 임플란트와 수술 가이드를 제작해 산산조각 난 턱뼈와 광대, 안와(눈구멍)를 더욱 정확하게 복원할 수 있게 됐다.
키이우 보호몰레츠 국립의대 악안면외과장인 안드리 코프차크 박사는 NYT 취재진에 산산조각 난 턱뼈 CT 영상을 보여주며 "두개골을 스캔하고 디지털 모델을 만든 뒤 티타늄 판을 한 층씩 프린팅한다"며 "깨진 도자기를 다시 조립하는 과정처럼 조각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멜니크(32) 씨는 2023년 러시아군의 언덕 진지를 점령하는 전투 도중 얼굴에 파편을 맞았다. 당시 오른쪽 얼굴 신경이 모두 끊기고 뼈는 산산조각이 나고 시력도 잃었다.
이후 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술받았으나 금속판이 잘못 삽입되고 고름이 생겼으며 파편도 몸 안에 남아 있었다.
부상으로부터 두 달이 지나서 의료 구호 프로젝트 '영웅을 위한 의사들'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그를 새로운 병원으로 옮기고 안면 재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도왔다.
멜니크 씨는 50차례 이상의 수술을 견뎌냈다. 회복 과정에서 그를 이끈 동력은 다시 전투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작년 가을 마지막 수술을 받고서 다시 전선으로 복귀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씹는 능력"이라며 "사람에게, 특히 군인에게 에너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굴은 정체성과 감정의 창이기도 한 까닭에 얼굴 훼손은 단순한 상처를 넘어 자아를 뿌리째 뒤흔드는 경험일 수밖에 없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일부 병사는 안면이 심각하게 훼손된 전우들을 죽였다고 회고하며, 비참하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자기 행동을 정당화할 정도였다.
제1차 세계대전 때도 안면을 심각하게 다치고 생존한 병사들은 종종 사회로부터 외면당했다. 이런 낙인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우크라이나 의사들은 강조한다.
코프차크 박사는 "군인이 다리를 잃으면 사회는 그를 영웅이라 부르지만 얼굴을 잃으면 유령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진은 신체 기능 회복에 그치지 않고 희망을 주는 것을 목표로 부상자들의 정체성 회복을 돕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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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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