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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1천년 전 자외선 차단 기술 없어 네안데르탈인 멸종?

연합뉴스

2025.08.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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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기장 교란·약화 '라샹 사건'으로 기후변화·자외선 폭증 현생인류는 황토 선스크린·맞춤 옷·동굴 생활로 대처
4만1천년 전 자외선 차단 기술 없어 네안데르탈인 멸종?
지구 자기장 교란·약화 '라샹 사건'으로 기후변화·자외선 폭증
현생인류는 황토 선스크린·맞춤 옷·동굴 생활로 대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금으로부터 4만1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부터 지구 표면에 쏟아지는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이 갑자기 폭증했다.
그로부터 1천년 후 네안데르탈인(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은 자취를 감추고 멸종했으나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아 번성했다.
이들의 운명이 엇갈린 데에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그 중에서도 자외선 차단에 힘썼는지 여부가 상당히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인간 생존의 열쇠 종 하나가 자외선 차단제와 맞춤옷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의 내용을 소개했다.
'4만1천년 전 오로라의 방황'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제1저자 겸 교신저자인 미국 미시건대 기후우주과학공학과 소속 아그니트 무크호파드햐이 박사 등 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4만1천년 전에 시작돼 3만9천년 전에 끝난 '라샹 지자기 회유'(Laschamps geomagnetic excursion)라는 사건에 따른 지역별 지구자기장 변화를 연구했다.
지구자기장은 지구의 외핵에 있는 고온 고압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이 대류를 일으키면서 전류를 발생시켜 형성되는 자기장이다.
지구 역사상 지구자기장의 방향이 평상시와 달라지고 강도가 약해지는 '지자기 회유'가 대략 수천년에 한 차례 꼴로 발생했고, 방향이 완전히 역전돼 남극과 북극의 자성이 뒤바뀌는 '지자기 역전'(geomagnetic reversal)도 최근 8천300만년간 최소 183차례 있었다.

지자기 회유 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 약 2천년에 걸쳐 지속된 '라샹 지자기 회유' 혹은 '라샹 사건'이다.
약 5만6천년 전에 유럽 지역에 등장한 현생 인류는 한동안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했으나, 라샹 사건 기간 도중인 약 4만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면서 현생 인류만 남는 '인류집단 교체' 현상이 일어났다.
4월 중순 논문 발표 당시 낸 미시간대 보도자료에서 연구자들은 라샹 사건 기간에 지구 자기장 세기가 현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에 따라 양 극지방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과 북아프리카에서도 오로라(극광)가 보이는 등 엄청난 기후변화가 있었고, 차단막 역할을 하는 지구자기장이 약해지면서 우주 방사선과 자외선이 지표면에 강하게 쏟아졌다.
논문 저자들에 따르면 라샹 사건으로 지구 자기장이 약해지고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의 강도가 높아지는 등 영향은 위도 40도까지의 남반구 및 북반구 지역에서 특히 심했으며,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공존하다가 '인류집단 교체'가 발생한 스페인 포함 유럽 지역도 여기 포함됐다.
같은 기간에 이 지역에서는 네안데르탈인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종들의 멸종 사례도 빈발했다.
인류집단 교체와 더불어 현생 인류가 당시 이용 가능하던 기술을 활용해 생활 패턴을 바꾸고 햇빛과 자외선을 차단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동굴에 거주하고 황토를 이용한 '선 스크린'(sun screen)을 피부에 바르는 것이 대표적인 자외선 차단 신기술이었다.
동굴에 살면 당연히 자외선이나 우주 방사선을 차단하는 데 유리하며, 산화철이 함유된 황토를 피부에 발라도 햇빛을 차단하는 피부 보호 효과가 있다.
논문 공저자인 미시간대 인류학과 레이븐 가비 교수는 또 이런 지역들에서 현생 인류가 송곳과 바늘을 이용해 체형에 맞춘 '맞춤 옷'을 입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추위나 외부 충격, 더위뿐만 아니라 햇빛이나 우주 방사선이나 자외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효과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비 교수는 이런 분석이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 분석이며 기존 분석들을 모아 분석한 일종의 메타분석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런 데이터들을 라샹 회유에 비춰서 보는 것은 신선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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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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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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