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차명 주식 거래’ 파문으로 더불어민주당 탈당 및 당적 제명 이어 수사 대상이 된 이춘석 의원을 앞다퉈 강하게 때렸다. 야당은 불길 확산을 위해서, 여당은 불길 차단을 위해서다.
국민의힘은 7일 이번 사태를 여권 전체의 권력형 비리인 ‘이춘석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를 수사하기 위해 특검을 임명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 전 위원장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공지능(AI) 국가대표라 하는 이재명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에 연루된 중대한 권력형 금융 범죄 게이트”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기획위에서 이 의원은 경제2분과장을 맡아 주요 산업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했다”며 “국민은 이 의원이 주식을 도대체 언제 매입했는지, AI 국가대표 사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관련 내부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투기에 뛰어든 사람이 과연 이 의원 혼자뿐이었는지 궁금한 것”이라고 관련 의혹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특검법안은 이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 의혹은 물론, 국정기획위 소속 위원과 전문·실무위원까지 수사 대상을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여야 구분 없이 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차명 재산 관련 위법 행위를 조사한다. 특검은 총 205명 규모로 구성하고,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로 정했다. 다만 여당인 민주당은 특검 추천권에서 배제했다.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의안과에 특검법안을 제출한 주진우 의원은 “국정기획위원회 위원들은 잠재적 각료 후보”라며 “정부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기회에 고위공직자들의 차명 주식거래를 확실하게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은 이춘석 의원이 대통령 소속 국정기획위원으로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불법적 수익을 도모한 사실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107석 소수야당이라는 현실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특검법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설령 민주당 반대로 법안 통과가 안 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 압력을 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에 대해 당적 제명 등 ’빠른 손절’에 나섰던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징계 가능성을 추가 시사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 의원 징계 관련 심판을 시작했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명예와 국민 신뢰 회복을 최우선해서 신속하면서도 신중한 심리를 통해 단호하게 오늘 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규는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징계 혐의자가 탈당하는 경우 각급 윤리심판원은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을 결정할 수 있고 윤리심판원은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징계 사유 해당 여부와 징계시효의 완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청래 대표가 ‘시대의 과제가 내란종식이며, 반성할 줄 모르는 제1야당과 협치도 하지 않겠다’라고 지금 선언하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법사위원장의 위치에 있는 분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며 “당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최고위원인 전현희 의원도 전날 밤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서 “정청래 대표가 즉각 ‘진상 조사할 것’을 윤리 감찰반에 지시, 당에서 여러 경로로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며 “당사자는 (차명 주식투자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곧 진상이 밝혀지면 거기에 걸맞은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의원직 제명’ 필요성에 대해서도 “진상이 파악된 후 걸맞은,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민주당은 이 의원에 대한 경찰의 강제 수사에도 협조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수사기관의 체포동의 요구 가능성에 대해 “앞서가는 질문이라 저희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그것을 인정에 이끌려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