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엔 SON 유니폼 요청 쇄도 경기 내내 서서 응원하는 구역 맥주 뿌리는 열혈 서포터 많아 한식 파는 ‘Goal-Mok’ 부스도
북미 축구 경기장 최초 '세이프 스탠딩 존'인 3252 구역에서 서포터들이 서서 깃발을 흔들며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드디어 손흥민이 천사의 도시에서 필드를 누빈다. 한인들에겐 LA다저스의 박찬호, 류현진 같은 선수 때문에 다저 스타디움은 익숙해도, LAFC의 홈구장인 BMO 스타디움은 낯설다. 손 선수의 LAFC 공식 입단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BMO 스타디움을 직접 찾아가 봤다.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 주요 시설, 판매 음식,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 등을 현장에서 미리 둘러봤다. 세계적 축구 스타 손흥민이 이제 이곳에서 뛴다.
BMO 스타디움=김경준·정윤재 기자
LA한인타운에서 불과 4마일 거리, USC 캠퍼스 옆으로 엑스포지션 파크를 지나면 푸른 잔디를 품은 BMO 스타디움이 모습을 드러낸다.
리그스컵(Leagues Cup)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LAFC의 홈 유니폼은 검은색이다. LAFC와 멕시코 프로 축구팀 티그레스 UANL 간의 경기를 앞두고 스타디움 주변이 ‘검은 물결’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대중교통의 편의성이 좋다. 지하철 E라인 ‘Expo Park/USC’ 역에서 내리면 경기장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스타디움 주차비(65달러)도 절약이 가능하다. 불가피하다면 스타디움 주변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사설 주차장도 있다. 주차비는 20~40달러 수준이다.
LAFC와 티그레스 UANL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BMO 스타디움 전경.
BMO 스타디움은 축구 전용 구장이다. 관중석과 필드의 거리가 가깝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누가 미국에서 축구가 비인기 종목이라 했나. 골대 뒤편 ‘3252 구역’은 그런 편견을 깬다. 모두가 서서 응원가를 부르며 깃발을 흔드는 곳이다. 골이 터지면 심지어 마시던 맥주까지 공중에 뿌리며 환호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구역이다.
이 구역은 북미 축구 구장 중 최초로 ‘세이프 스탠딩 존(Safe Standing Zone)’으로 지정됐다. 만약 손 선수 경기를 보기 위해 ‘3252 구역’의 티켓을 구입한다면, 머리카락이 맥주로 젖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편안히 앉아 경기를 즐기겠다는 생각도 접어야 한다.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서포터들의 기세가 압도적이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느긋하게 앉아 다저 도그를 먹으며 야구 경기를 즐기는 것과는 완전히 180도 다른 분위기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소개한다. 관중들에게 야구공은 선물이지만, 축구공은 아니다. 경기 중 축구공이 관중석으로 튀어 올라 이를 잡았다면 반드시 필드 쪽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퇴장당할 수 있다. 야구공 잡는 재미에 익숙했다면 BMO 스타디움에서는 절대 금지다. 보통 한 경기에 사용되는 축구공이 5~6개로 한정돼 있는 탓이다.
아직 손 선수도 없는데 이곳엔 한글(골목)과 영어(Goal) 단어를 혼용한 ‘Goal-Mok(골목)’이 있다. LAFC에 따르면 119구역 인근을 ‘골목’으로 지칭하고 있다. 떡볶이, 양념치킨이 올라간 ‘서울 보울(Seoul Bowl)’과 같은 한국 분식 스타일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다. 손 선수 영입 이전부터 있던 ‘골목’이다. 이제 손 선수가 경기를 뛰는 날이면 119구역엔 수많은 한인 팬들이 북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손흥민이 경기를 관람 중인 장소로 알려진 BMO 스타디움 '디렉터스 박스' 앞에는 많은 팬이 서서 그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한인 팬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자녀를 데리고 스타디움을 찾은 최은주씨는 “손 선수가 경기장에 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와봤다”며 “아이를 위해 팀스토어에 방문해 직접 ‘SON 7’ 유니폼을 맞췄다”고 말했다.
조시 박(LA)씨는 “손 선수가 LA에 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며 “이 기회에 시즌 패스를 구매해 앞으로는 모든 경기를 직접 관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팬들의 간절한 소망이 끝내 이뤄졌다.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전반 40분쯤 구장 대형 전광판에 손흥민의 모습이 포착되자 모든 관중이 환호했다.
전반 40분이 흐른 시점인 오후 8시 10분, 갑자기 온 관중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손 선수가 대형 전광판에 포착됐다. 이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새로운 홈구장을 찾은 셈이다. 곧바로 ‘환영합니다 손흥민, LAFC의 포워드(Welcome Son Heung-min, LAFC Forward)’라는 문구가 화면을 채웠다. 구단의 센스가 엿보인다. 이날 LAFC는 손 선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2:1로 승리했다.
LAFC 팀 스토어 앞에 손흥민이 LAFC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는 사진과 그를 환영하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BMO 스타디움 내 있는 팀 스토어의 직원이 한창 LAFC 유니폼에 'SON 7'을 마킹 중이다.
LAFC 유니폼을 파는 스토어는 벌써부터 분주하다. ‘SON 7’ 유니폼 프린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벌써 31벌 이상이 ‘SON 7’로 프린팅됐다”며 “프린팅 기계 3대 중 1대는 오로지 ‘SON 7’만 출력하는 용으로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열리고 있다. LAFC는 이제 ‘SON 7’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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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O 스타디움은
2018년에 개장했다. 최대 2만 20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입장 시 가방 규정도 있다. 투명 비닐 가방(12 x 6 x 12인치 이하)만 반입이 가능하다. 핸드백이나 클러치도 허용되지 않는다. 생수는 개봉되지 않은 20온스 이하의 물병 두 개까지 허용된다. 외부 음식이나 음료는 반입 금지다. 한 번 입장하면 재입장도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