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롯데의 선택이었다. 가을야구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7일, 가을야구를 향한 승부수를 띄웠다. 롯데는 6일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챙기고 10승을 수확한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7일 새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스와 총액 33만 달러(이적료 포함)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벨라스케스는 2010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라운드로 지명 받고 2015년 데뷔했다. 휴스턴, 필라델피아, 샌디에이고, 시카고 화이트삭스, 피츠버그 등에서 활약하며 통산 191경기(144선발) 38승 51패 평균자책점 4.88의 성적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은 없지만 올해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트리플A 콜럼버스 클리퍼스 소속으로 18경기(18선발) 81⅔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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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발 경험이 풍부한 게 가장 큰 강점. 롯데도 “빅리그 144경기에 선발 등판한 경험으로 우수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추고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트렌드인 강력한 직구로 윽박지르는 유형이다. 평균 150km 초중반의 구속을 뿌리면서 익스텐션도 좋다. 2023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벨라스케스의 익스텐션은 메이저리그 상위 22%였다(베이스볼서번트 기준).
가장 최근 등판은 8월 1일(한국시간) 트리플A 잭슨빌 점보쉬림프(마이애미 말린스 산하)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5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5실점, 투구수 89개를 기록했다. 싱커 38개, 너클 커브 18개, 포심 14개, 슬라이더 12개, 체인지업 7개를 구사했다. 포심 최고 구속은 최고 96.1마일(154.7km), 평균 93.9마일(151.1km)을 기록했다. 싱커 역시 최고 94.5마일(152km), 평균 92.9마일(149.5km)을 기록했다. 구속 자체는 KBO리그 무대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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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롯데로서도 위험 부담이 있는 선택이다. 일단 데이비슨의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22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65(123⅓이닝 50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10승에 3점대 평균자책점의 투수를 방출하는 것은 KBO리그 역사에서도 초유의 선택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세부 지표가 안 좋다고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도 아닌, 시즌 중간에 10승 투수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고심이 있었다는 것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슨을 방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롯데의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해있다. 가을야구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선전포고와도 같다. 3위로 가을야구 안정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두 추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올라가보겠다는 결단의 표현이다. 현 시점에서 이적료를 포함해 줄 수 있는 최대의 금액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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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벨라스케스의 우려할 지점은 팔꿈치 수술. 2023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지난해까지 재활에 전념했다. 재활을 끝내고 올해 본격적인 피칭을 하면서 수술 후 1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투구수 빌드업은 문제없이 진행됐다.
롯데는 벨라스케스를 꾸준히 지켜봤다. 박준혁 단장은 “단장이 되자마자 지켜보기 시작한 선수였다. 2023년에 수술을 받았고 이후 계속 꾸준히 팔로우를 해왔다. 올해 감보아를 영입할 때도 명단에 있었던 선수였다”고 설명했다.
구위 자체는 감보아가 뛰어날 수 있어도 선발 투수 경험과 네임밸류 등은 벨라스케스가 월등히 앞섰다. 그럼 왜 5월이 아닌 현재 8월에 영입을 했을까. 일단 팔꿈치 수술 리스크를 생각했고 빌드업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수술 후 첫 시즌에 대한 지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빌드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확신이 서자 접근, 영입을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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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스는 이제 롯데의 가을야구 승부사가 되어야 한다. 당장 불펜 보직을 맡고 있는 선수를 영입하게 된다면 또 다시 선발 투수의 몸을 만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벨라스케스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박준혁 단장은 “40경기도 안 남은 시점에서 불펜 투수를 영입하게 되면 빌드업을 할 시간이 없다.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야 했다”라며 선발 경험이 많은 벨라스케스를 선택한 이유를 덧붙였다.
롯데는 당장 10승 투수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8년 만에 밟을 가을야구에 대한 의지를 벨라스케스 영입을 통해 표출하고 있다.
벨라스케스는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는 롯데 자이언츠 팬 분들 앞에 서는 것이 기대된다”며 “팀의 중요한 시기에 합류하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벨라스케스는 오는 8일 입국해 등판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