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달렸던 박성현(32)이 모처럼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추천선수로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첫째 날부터 순항하며 부활 조짐을 알렸다.
박성현은 7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장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엮어 오후 2시 기준 5언더파 공동 7위를 달렸다.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씻으려는 듯이 전반에만 버디 5개를 몰아치며 1라운드 상위권으로 나섰다. 1라운드 오전조 종료 시점 공동선두는 8언더파의 이세희와 이다연, 한아름이다.
2014년 데뷔한 박성현은 타고난 장타력을 앞세워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듬해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1위(254.28야드)를 차지하며 3승을 기록했다. 이어 2016년에도 장타 1위(265.59야드)를 지키며 7승을 휩쓸면서 KLPGA 투어의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무대를 LPGA 투어로 옮긴 후에는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2017년 데뷔와 함께 US여자오픈을 제패했고, 일찌감치 신인왕 수상을 확정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역대 신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2018년 3승을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이어간 박성현은 그러나 2019년 말 왼쪽 어깨를 다치면서 내리막을 탔다. 특유의 파워풀한 스윙을 할 때마다 연골이 부딪혔고, 이를 치료하느라 10개월 가까이 제대로 채를 잡지 못했다. 또, 지난해에는 왼쪽 손목 부상으로 다시 1년을 쉬어갔다.
마지막 시드를 쥔 올 시즌 성적도 신통치 않다. 11개 대회에서 단 두 번만 컷을 통과했다. 이제 아시안 스윙을 앞두고 출전할 4개 대회에서 우승 가까운 성적을 내야 내년 잔류를 장담할 수 있다.
박성현은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기력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가족을 비롯해 팬들과 스폰서, 소속사 모두 내 우승을 간절히 기다리고 계신다. 그러나 아무리 애원한다고 해도 되지 않는 것이 우승이다. 일단은 정상까지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성현은 “여기 오기 전까지 국내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일단 그때의 감각이 오늘 그대로 나왔다. 샷은 물론 퍼트까지 잘 떨어지면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이어 “전반 5언더파를 치니까 팬들께서 기절하시려고 하더라. 모처럼 나온 국내 대회에서 흥분을 안겨드려 기쁘다. 남은 사흘도 오늘처럼 치겠다”고 활짝 웃었다.
한편 이번 대회는 박성현과 함께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윤이나의 출전으로도 관심을 끈다. 둘은 6월 열린 ‘2인 1조’ 대회 다우 챔피언십에서 짝을 이뤄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경기가 잘 풀리지 않던 둘이 힘을 합쳐 성과를 내면서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박성현은 “골프는 원래 혼자만의 플레이인데 같이 팀을 이루니까 의지도 되고 힘도 얻었다. 마지막 날 성적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흘간 즐겁게 경기했다”면서 “윤이나는 확실히 비거리가 많이 나는 선수더라. 또, 나와는 다른 면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