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속아 모텔에 '셀프 감금'된 20대 공무원이 이를 수상히 본 모텔 업주의 신고로 피해를 면했다.
7일 경기 군포경찰서에 따르면, 군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4시 50분쯤 경찰 직통번호로 신고했다. "젊은 손님이 혼자 대실을 하겠다는데, 휴대전화 2대에 유심을 갈아 끼우며 쓰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피해자 같기도 한데 조직원일 수도 있어 무섭다"는 내용이었다.
곧장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모텔에 있던 20대 B씨를 확인했다. 경찰은 B씨가 보이스피싱 피해자임을 파악하고 계좌 송금 등을 막았다.
공무원인 B씨는 업무 중이던 같은 날 오후 4시쯤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조직원은 "최대한 빨리 휴대전화를 새로 한 대 구입하고 가장 가까운 모텔에 투숙하고, 재산 증명이 필요하니 모든 계좌 잔고를 전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A씨가 모텔을 찾은 상황이었다.
이는 전형적인 '셀프 감금' 수법이다.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은 피해자 스스로를 모텔에 감금하게 해 고립시키고, 통화 원격제어 등으로 돈을 갈취하는 신종 범죄다. 통장 잔고뿐 아니라 원격으로 각종 대출을 받게끔 한 뒤 이를 가로채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또한 고립된 상태라 용의자 추적과 피해금 회수가 쉽지 않다.
당시 B씨의 휴대전화에는 악성 앱이 설치돼 직접 피해 신고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울러 B씨는 "직장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조직원의 말에 겁을 먹어 지시를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불안한 표정의 B씨가 복도를 서성이다 유심 교체에 필요한 클립을 빌려달라고 하자 수상함을 느끼고 경찰서 직통번호로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군포서는 최근 셀프 감금 형태의 보이스피싱이 자주 발생하자 예방을 위해 숙박업소마다 주의 문구가 적힌 팸플릿과 경찰서 직통 번호를 미리 공유했다.
A씨는 "피해가 의심되자 최대한 빠르게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직통번호로 신고했다"며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B씨는 "너무 무서웠는데 경찰과 A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군포서는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을 준 A씨에게 지난 6일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을 전달했다.
김평일 군포경찰서장은 "검거 못지않게 피해 예방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시민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범행 수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