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이 로스엔젤레스(LA)FC 입단식에서 미국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 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받았다.
미국 '프로 사커 와이어'는 7일(한국시간) "착각한 LA 시의원이 손흥민에게 미국의 월드컵 우승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헤더 허트 시의원은 '글로벌 축구 아이콘' 손흥민을 환영하는 행사에서 연설을 맡아달라는 요청은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많은 조사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같은 날 LAFC에 공식 입단했다. LAFC는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은 '블랙&골드'다. 그는 토트넘을 떠나 LAFC와 완전 이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이며 2029년 6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라며 "블랙&골드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라고 손흥민 영입을 발표했다.
또한 LAFC는 "손흥민은 국제 로스터 슬롯을 차지하게 된다. 그는 P-1 비자와 국제이적증명서(ITC)가 발급받으면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손흥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컬 룰인 '지명 선수(Designated Player)'로서 샐러리캡에 구애받지 않는 대우를 받게 될 전망이다.
LAFC는 손흥민을 영입하면서 메이저리그사커(MLS) 역대 최고 이적료 신기록까지 세웠다. 그의 이적료는 2660만 달러(약 368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LAFC는 "손흥민은 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재능 있고 인기 있는 아시아 선수로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하며 모든 대회에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2022-2021시즌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골든 부트를 수상했다"라고 그를 소개했다.
[사진]OSEN DB.
손흥민은 이날 BMO 스타디움에서 입단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그의 LA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수많은 현지 팬들은 물론이고 캐런 배스 LA 시장, 김영완 LA 한국 총영사 등이 현장을 방문해 손흥민을 환영했다. 배스 시장은 "역사적인 날이다. LA 전체가 신난 날이다. 쏘니를 이제 공식적으로 엔젤리노(LA 시민)로 선언한다"라며 그에게 시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LAFC 보드진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공동 회장 겸 단장인 존 토링턴은 "쏘니는 세계적인 아이콘이자 세계 축구에서 아주 역동적이고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다. 그의 야망과 능력, 성격은 LAFC의 가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면서 "손흥민이 그의 특별한 경력을 위한 다음 장으로 LA를 선택해 자랑스럽다"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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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구단주인 베넷 로젠탈 역시 "손흥민을 LAFC와 우리 도시로 데려오는 것은 몇 년 동안 우리의 꿈이었다"라며 "나와 내 파트너들은 쏘니라는 '선수'와 쏘니라는 '사람'을 매우 좋아한다"라며 "손흥민은 선수이자 개인으로서 LA 팬들과 남부 캘리포니아의 놀라운 지역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팬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 또한 "LA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상징적인 스포츠 도시 중 하나다. 그곳에서 큰 야망을 가진 클럽인 LAFC에 합류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 LA는 매우 많은 챔피언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다. 나는 그 다음 장을 써내려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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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입단 소감을 밝히던 도중 "풋볼(영국식 표현)이라고 불러야 할지 사커(미국식 표현)라고 불러야 할지..."라며 미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담은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은 생각보다도 수준 이하였다. 갑작스레 허트 의원이 황당한 발언을 내놓은 것. 연사로 나선 그는 "LAFC가 얼마나 똑똑한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선수를 데려왔다"라며 손흥민을 환영한 뒤 뜬금없이 내년 6월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언급했다.
허트는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여기 LA에 있는 모두가 월드컵에서 미국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라며 손흥민을 응시한 채 "그래서 우리가 손흥민 당신이 미국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에게 미국의 우승을 위해 뛰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요청이었다. 당황한 웃음을 지은 손흥민은 별다른 대답 없이 넘어갔다. 허트는 월드컵이 국가 대항전이라는 기초적인 개념조차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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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사커 와이어는 "손흥민이 이제 미국에서 뛰게 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는 안타깝게도 그가 미국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허트는 이 중요한 차이를 알지 못했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라고 한숨지었다.
또한 매체는 "손흥민은 내년 월드컵에 출전하지만, 이전 3번의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대표하게 된다. 허트의 이번 발언은 2017년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시카고 파이어에 입단했을 때 한 기자가 던진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슈바인슈타이거는 시카고와 함께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게 '현실적인 기대감'인지 질문받았다"라며 8년 전 있었던 비슷한 사례를 언급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은 그저 웃으며 대답했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허트의 실수에 대해 모두가 그렇게 친절한 건 아니었다"라며 현지 반응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유니온 담당 기자 호세 로베르토 누녜스는 "코리아타운 지역을 관할하는 LA 시의원 허트가 궁극의 '사회적으로 무례한 실수(Faux Pas)'를 저질렀다. 그래, 손.흥.민에게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데일리 메일은 "허트는 LA가 손흥민 같은 수준급 선수를 영입하게 되어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월드컵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라며 "우리는 허트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아직 즉각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