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영(0)에서 시작한다. 이 클럽에서 헤어짐이 있을 땐 ‘레전드’로 불리며 떠나고 싶다.”
손흥민(33)이 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LAFC 입단식에서 밝힌 각오다.
이날 전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는 손흥민과의 결별을 발표하며 구단 소셜미디어를 24개의 게시물로 도배했다. 레전드에 대한 각별한 대우였다. LAFC에서도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등 번호 7번을 그대로 쓴다. 손흥민은 “우승하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LAFC에 따르면,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다. 다만 두 차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계약에 포함됐다. 2028년까지 한 번, 2029년 6월까지 또 한 번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 2025년 595만 달러)과 무관한 ‘지정 선수’인 손흥민의 연봉은 최소 870만 달러(약 120억원)다. 이적료는 2650만 달러(368억원)로 MLS 역대 최고액이다.
존 소링턴 LAFC 회장은 “난 중고차 판매상이 아니다. 2016년 처음 만난 손흥민과 솔직하게 대화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LAFC가) 처음 고려한 선택지는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손흥민은 “시즌 후 소링턴 회장의 전화를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가야 할 목적지를 보여줬다. 마음이 공허할 정도로 토트넘에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에 새로운 챕터와 도전이 필요했다”고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손흥민 첫 선택지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이었다.
토트넘에서 함께 뛴 LAFC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추천과 32만 명이 넘는 LA 지역 한인사회도 LA 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손흥민은 “교민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입단식에는 또 한국계인 데이브 민 미국 연방 하원의원과 캐런 배스 LA 시장, 김영완 주 LA 총영사 등도 참석했다. 배스 시장은 “쏘니를 엔젤리노스(LA 시민 별칭)로 공식 선언한다”며 감사증을 수여했다.
손흥민은 “여기선 (축구를) 풋볼(영국식)이라고 불러야 하나, 사커(미국식)라고 해야 하나. 인상적인 풋볼을 보여드리겠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손흥민의 입단에 미국이 들썩였다. 입단식에는 미국 국내외 취재진 200여명이 몰렸다. CNN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에 이어 또 한 명의 세계적 수퍼스타가 MLS에 입성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는 “LA가 ‘한국의 오타니’를 품었다”고 반겼다.
MLS LA 갤럭시의 선수를 거쳐 현재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은 LAFC 소셜미디어의 손흥민 영상에 “MLS와 LA에 온 걸 환영해, 친구”라고 댓글을 남겼다. 다저스(프로야구), 클리퍼스(프로농구), 램스와 차저스(이상 미식축구) 등 LA가 연고지인 다른 종목 프로팀도 소셜미디어 댓글로 손흥민의 LA 입성을 환영했다.
손흥민은 “LA는 수많은 챔피언의 역사를 지닌 도시고, 난 그다음 장을 써 내려 가기 위해 왔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LA는 ‘세계 스포츠 수도’라고 할 만큼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에 걸쳐 연고 팀을 보유하고 있다. 또 각 팀에는 수퍼스타가 즐비한데, 손흥민까지 가세했다.
손흥민은 “(나이가) 33살이지만 다리는 여전히 괜찮다”며 “프리시즌을 잘 소화해 몸 상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난 축구하러 온 거지, 다른 걸 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취업(P-1) 비자와 국제이적증명서(ITC) 발급 등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10일 시카고 파이어전보다 17일 뉴잉글랜드 레벌루션전이 MLS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