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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돌아올 길 터줬다…입영연기·초과 정원 다 허용

중앙일보

2025.08.07 02:40 2025.08.0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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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공의 입영 특례를 또 허용했다. 이에 따라 전공의 복귀 요건이 마련되면서 1년 6개월의 의·정 갈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어렵게 전공의 복귀 방안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과 함께 제3차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고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방안을 확정했다. 대전협이 제안한 복귀 조건을 1·2차 회의에서 논의했고, 3차 회의에서 마무리됐다. 대전협은 수련이 단절되지 않도록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공의가 이탈 전에 근무한 병원으로 종전 진료 과목과 종전 연차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김국일(오른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달개비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협의체 3차 회의에서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는 통상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모집한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결원이 생긴 일부 과에서 소수를 추가로 선발한다. 이번 모집이 이런 관행에 맞지 않다. 그래도 전공의 복귀가 필요한 상황을 고려해 종전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허용했다.

보건복지부는 얼마나 받을지 병원이 자율로 결정하되 정원을 초과해 뽑을 수 있게 허용했다. 전공의 이탈 기간에 채용된 전공의가 있기 때문에 정원 초과가 생겨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관계자(의대 교수)는 "사직 기간 새로 채용된 인력이나 복귀자가 중복돼 초과 정원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공의가 복귀한 후 수련 기간 중에 군에 가지 않고 수련을 마치고 입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방향을 잡고 국방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일부 전공의가 요구해온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은 3차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회의 후 "이번 방안은 올해 2월, 5월 전공의를 채용할 때 적용한 특례 수준과 같다"고 말했다. 종전 진료과목·연차 복귀 불가, 수련 이탈 시 입대 등의 원칙을 이번에도 허물었다는 뜻이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정부가 종전과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 최소한의 장벽을 없애줬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얼마나 복귀할 지는 두고봐야 한다. 병원들이 모집 정원을 얼마로 잡을지, 실제 전공의가 얼마나 돌아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인력난이 심한 지방 병원과 달리 서울 '빅5' 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은 정원을 전보다 적게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지원 간호사(PA)가 전공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우고 있어 정원을 굳이 늘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복귀하면 인건비 부담이 생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모집 규모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일원동 빌딩에서 열린 '환자·소비자단체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료계에선 인기 과나 군 미필 전공의 중심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전공의는 "필수 의료과 입장에선 의료사고 법적 리스크 완화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논의가 미뤄져 복귀 동력이 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하반기 모집은 오는 11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면접 등 세부 일정은 이달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에 대한 후속 논의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자 단체를 만나 환자 달래기에 나섰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일원역 빌딩에서 환자·소비자단체 대표자 등을 만나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1년 반 동안이나 지속하면서 많은 불안과 불편을 겪으신 국민과 환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채혜선.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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