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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박스 안으로 돌아간다" LAFC, '꼴랑 5골' 지루의 실패에서 배운 '손흥민 사용법'

OSEN

2025.08.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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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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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LA FC는 올리비에 지루(39, 릴)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손흥민(33, LAFC)을 중심에 세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핵심은 명확하다. '이번엔 다르다!'

'디 애슬레틱'은 7일(이하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풋볼클럽(LAFC)이 손흥민을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 세웠다. 문제는, 그를 어디에 세울 것인가다"라고 전했다.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BMO 스타디움 전광판엔 "웰컴, 손흥민!"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정식 입단 기자회견이 열린 그 자리에서, LA FC는 메이저 리그 사커(MLS) 역대 최고 이적료(2,600만 달러)를 투자해 데려온 아시아 최고 스타를 공개했다. 단순한 영입이 아닌, 실패의 교훈 위에 세워진 프로젝트의 재출발이었다.

LA FC는 지난 6월 말 올리비에 지루와의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만 38세인 지루와의 결별은 놀랍기보단 예견된 일이었다. 지루는 빌드업과 박스 안 움직임을 조화시키는 전통적인 9번이지만, LA는 속도감 있는 전환과 하프스페이스 전개를 중시하는 팀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1,969분을 소화한 끝에 고작 5골. 이는 그가 2008년 이적하기 전, 소속팀 그르노블에서 기록한 단 2골 이후 최악의 수치였다.

지루의 이탈은 LA에 새로운 기회를 안겼다. 고액 연봉자를 정리하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를 영입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손흥민은 그 답이었다.

손흥민은 당초 토트넘 홋스퍼 잔류 가능성도 존재했다. 지난 시즌엔 주장 완장을 차고 UEFA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팀의 17년 무관을 끊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체제의 핵심 멤버로 출발했던 그는, 결국 '포스트 케인 시대' 토트넘을 상징하는 얼굴로 남았다.

디 애슬레틱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되고 토마스 프랭크가 부임한 올여름은 손흥민이 자신의 커리어를 재점검하기에 충분한 시점이었다. 위고 요리스가 2년 전 구단을 떠나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손흥민 역시 결단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지루가 여전히 팀에 있었다면 손흥민의 영입은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은 지루와 전혀 다른 유형의 공격수다.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전술적 유연성과 넓은 활동 반경, 연계 플레이 능력은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 체제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대부분 왼쪽 윙어로 활약했다.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침투하거나, 직접 치고 들어가 득점 또는 컷백을 시도하는 방식이었다. 케인과의 환상적인 호흡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다 골 합작 기록을 남겼다.

2023년 여름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케인과 요리스가 팀을 떠났고, 포스테코글루 체제의 전술은 손흥민에게 적지 않은 제약을 줬다. 터치라인에 붙는 '구식 와이드 미드필더' 형태로 기용되면서, 그의 장점인 중앙 침투와 박스 안 움직임은 사라졌다.

디 애슬레틱은 "데이터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콘테 감독 체제 마지막 시즌엔 손흥민의 공격 터치 분포가 비교적 고르게 퍼져 있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체제에서 손흥민의 터치 중 55%는 터치라인에 붙은 지역에서 이뤄졌다. 반면 중앙 3분의 1 지역에서는 고작 13%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0.3골/90분, 9시즌 만에 두 자릿수 득점 실패라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짚었다.

LA FC는 여전히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의 '고정된 전술 틀'이다. 그는 2025년 MLS와 클럽 월드컵 포함 총 29경기 중 23경기에서 4-3-3 혹은 4-5-1을 고수했다. 손흥민이 가장 빛나는 '세컨 스트라이커' 또는 '자유로운 10번'의 자리는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은 "희망은 있다. 체룬돌로 감독이 간헐적으로 사용한 3-4-3은 실제로 3-4-2-1처럼 작동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앙 공격수 아래에 위치한 두 명의 2선 자리는 손흥민과 데니스 부앙가를 모두 기용할 수 있는 유일한 포맷이다. 실제로 손흥민이 입단을 발표한 날, LA는 리그스컵에서 티그레스와 맞붙으며 이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이 직접 현장을 찾은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부앙가는 왼쪽에서 시작해 독자적인 돌파와 득점으로 경기를 뒤흔드는 타입이다. 반면 손흥민은 하프스페이스나 중앙에서 움직이며 연계를 통해 찬스를 만드는 데 능하다. 디 애슬레틱은 "LA가 이 둘을 2선에 배치하고, 전방에 제레미 에보비시 혹은 21세 엘살바도르 국가대표 나단 오르다스를 세운다면, 역습에 강한 전방 삼각 편대가 완성된다"라며 '손흥민 이용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놓는 방안도 가능하다. 매체는 "이 경우엔 부앙가와 함께 오른쪽에 베네수엘라 유망주 다비드 마르티네스를 기용해 유기적인 스리톱 운용도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의 적응은 단기 과제에 그치지 않는다. 체룬돌로 감독은 이미 시즌 종료 후 고국 독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차기 감독 선임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구상 속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손흥민은 내년 1월 프리시즌부터 동료들과 나란히 새로운 시스템을 학습하게 된다.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은 이제 리오넬 메시 이후, MLS에서 브랜드 가치와 상징성을 모두 갖춘 유일한 선수"라며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무대를 호령했던 33세 공격수가 이제는 LA FC의 중심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라고 알렸다.

이어 "체계에 안 맞는 '지루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LA는 손흥민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맞춰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시즌을 터치라인에서 외롭게 보내야 했던 손흥민은 이제 다시 박스 안으로 돌아온다. MLS 수비수들은 긴장을 늦춰선 안 될 이유가 생겼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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