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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의 쇼미더컬처] CD 없앤다는 임영웅, 더 팔겠다는 ‘케데헌’

중앙일보

2025.08.07 08:12 2025.08.0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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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문화선임기자
“더는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최근 가수 임영웅이 이런 진단 속에 정규 2집을 디지털 음원으로만 발표하겠다고 알렸다. 팬클럽 ‘영웅시대’ 게시판은 순식간에 아쉬움과 지지·응원의 글로 도배됐다. “수십억원에 달할지 모르는 CD 판매 수익 포기”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고민과 실천” 등에서 응원하는 가수의 소신에 대한 팬들의 일체감을 읽을 수 있다. 한편으론 “정규 1집 ‘IM HERO’가 희귀 소장템이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대세를 따랐다지만 1집 앨범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톱가수의 이채로운 선택이긴 하다.

실물 CD로 발매될 ‘K팝 데몬 헌터스’의 OST 앨범(왼쪽)과 CD 제작 중단을 선언한 임영웅의 1집 앨범. 그래픽=김지윤 기자
이와 상반되는 행보가 글로벌 음반시장에서 나왔다. 디지털 음원만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목전에 두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OST 앨범이 조만간 CD로도 발매된다. 특히 소니픽처스 측은 애니메이션 속 가상의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를 실물 앨범 표지로 예고하면서 “접이식 포스터와 포토카드 3장 중 1장이 포함된다”고 알렸다. ‘랜덤 포토카드’는 K팝 업계에서 동일 음반을 반복 구매하게 하고 다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악성 소비’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온라인상에선 “현실고증 미쳤다” “가상 아이돌이 K팝 상술까지 모방하냐”는 조롱도 나온다.

빌보드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국의 K팝 팬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K팝 팬 10명 중 4명은 K팝 음반 구매에 연 100달러(약 14만원)가량을 쓴다. 같은 음반을 여러 장 구매한다는 응답자의 경우 52%가 ‘디자인이나 구성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른바 ‘K팝 상술’이 미국 시장까지 파고든 걸 마케팅의 성공으로 봐야 할지, 악성 소비의 전염이라 봐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듣는 음악과 별개로 팬들의 소장 욕구 또한 ‘진심’이란 점이다. 임영웅도 새 앨범을 CD로 발매하지 않는다고만 했지, 사진과 메시지 등으로 꾸며진 포토북은 판매할 예정이다. 임영웅과 ‘케데헌’의 다른 점은 CD를 셔츠·응원봉·포토북 등의 ‘굿즈’ 중 하나로 파느냐 마느냐가 됐다.

한쪽에선 없애고, 다른 쪽에선 만든다. 없애는 쪽은 음악의 본질이 CD라는 물체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이고, 만드는 쪽에선 CD의 본질이 음원 저장매체가 아닌 ‘팬덤 굿즈’로 바뀌었다는 입장이다. 정반대인 듯하지만 그렇게 서로 멀지도 않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그걸 만들어낸 아티스트의 세계에 나를 합일시키는 기쁨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최근 김민기(1951~2024) 1주기를 맞아 그의 1971년 1집 앨범이 LP로 복각돼 나왔다는 소식에 올드팬들이 향수로 반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임영웅의 선택과 ‘케데헌’의 선택 중에 무엇에 동조하든,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가 ‘위로’와 ‘연결’이란 점은 아날로그이든 디지털 시대이든 변함없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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