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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비판? 조상유산 모독?…카스트로 손자 '쿠바 조롱 SNS' 논란

연합뉴스

2025.08.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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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로 카스트로, 경제난 냉소하는 게시물로 현지서 논쟁 부추겨
체제비판? 조상유산 모독?…카스트로 손자 '쿠바 조롱 SNS' 논란
산드로 카스트로, 경제난 냉소하는 게시물로 현지서 논쟁 부추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쿠바 공산 혁명가인 피델 카스트로(1926∼2016)의 손자가 자국 경제난에 대한 냉소적 시각을 담은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현지에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피델 카스트로 손자인 산드로 카스트로(33)의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보면 산드로는 쿠바의 심각한 식량난과 의약품 부족, 정전 사태 등을 조롱조로 비꼬는 듯한 동영상을 몇 차례 공개했다.
최근 올린 한 게시물에서 산드로는 미국 브랜드 나이키 신발을 신은 채 누군가가 밀어주는 짐수레에 반쯤 누워 마치 왕처럼 "축복해 준다"며 거리의 사람들에게 맥주로 보이는 음료를 건네거나 입에 부어 준다.
그는 시가를 피우거나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 또는 소형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을 자랑하고, 하루 최대 12시간 넘는 정전 상황을 보고 싶은 여성에 빗대 표현하기도 한다.
다른 게시물에서는 "오늘 아침엔 가장 좋아하는 레시피인 맥주와 닭고기로…그런데 닭고기가 없네"라며, 식량 부족 상황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산드로의 팔로워는 전체 13만명 안팎으로, '대표 인플루언서'라고 보기엔 어려운 수준이지만 그의 배경과 게시물 내용 때문에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는 과거 기사에서 산드로에 대해 "쿠바 내에서 높은 소득 수준을 보이는 이들의 거주지인 아바나 베다도에서 바(EFE bar)를 운영하는 셀럽(유명인)"이라며 "팬데믹 기간 파티를 열거나 맥주 목욕을 하는 것을 숨기지 않으며 연예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현지에서는 이를 단순한 취미나 현실에 대한 나름의 비판이라고 평가하는 우호적 의견도 있지만, 대체로는 불편함을 호소하며 '조상의 유산을 모독한다'는 비난의 눈초리로 대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생존을 위한 일상의 투쟁에 갇힌 다른 이들에게 '젊은 카스트로'의 화려한 생활 방식과 공감 부족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모욕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산드로 카스트로는 피델 카스트로의 아들인 알렉시스 카스트로 소토 델바예와 레베카 아르테아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출생 당시 피델 카스트로는 66세로, 소련 붕괴 직후의 쿠바 공산당을 이끌며 국가를 통치하고 있던 때였다.
엘파이스는 "산드로가 존재하는 곳은 인터넷 쿠바"라며 "수십 년간 시민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외부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게 한 쿠바 국민의 한 사람이 아니며, 마체테(칼) 대신 휴대전화를 손에 든 세대의 일원"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그의 팔로워들로부터 '차기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산드로는 쿠바에서 '트로이 목마'처럼 여기는 시각도 있다고 이 매체는 곁들였다.
쿠바의 저명한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에르네스토 리미아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드로는 특별한 성을 가지고 있지만, 할아버지(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애정도, 그의 기억에 대한 존중도 없다"며 "미국 국기를 등 뒤에 걸고 사진을 찍는 것은 가장 명확한 증거인데, 그는 쿠바의 적이라고 하기보다는 바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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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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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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