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홈런에 대한 욕심을 버리며 부활했다. 시즌 홈런 6개에서 66경기 277타석 연속 홈런이 없지만 강점인 컨택을 살려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 7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2일 뉴욕 메츠전부터 최근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간 이정후는 이날까지 시즌 109경기 타율 2할5푼8리(411타수 106안타) 6홈런 46타점 56득점 출루율 .325 장타율 .411 OPS .736을 마크했다.
6월 25경기 타율 1할4푼3리(84타수 12안타) 3타점 OPS .551로 바닥을 쳤던 이정후는 7월 21경기 타율 2할7푼8리(79타수 22안타) 9타점 OPS .733으로 살아났고, 8월 6경기 타율 4할1푼7리(24타수 10안타) 3타점 OPS 1.170 맹타를 치고 있다. 7~8월에 홈런은 없지만 2루타 10개, 3루타 3개로 장타를 생산 중이다.
‘MLB.com’도 6일 ‘뉴욕만 가면 살아나는 이정후’라는 헤드라인으로 그의 반등 포인트를 짚었다. 이정후는 지난 4월12일 뉴욕 양키스 상대로 양키스타디움 데뷔전에서 홈런을 쳤고, 이틀 뒤에는 멀티 홈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뉴욕 메츠 홈구장 시티필드에서 열린 지난 4일 경기에선 데뷔 첫 4안타 폭발했다. 뉴욕 원정 6경기 타율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 2루타 4개, 홈런 3개로 8타점을 올린 이정후는 그 이유에 대해 “뉴욕의 환경이 한국의 수도 서울과 조금 비슷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MLB.com은 ‘이정후는 시즌 첫 30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OPS .901로 신예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두 달간 크게 부진하면서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침체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6월 타율 1할4푼3리 OPS .551 그쳤고, 샌프란시스코는 그의 타순을 3번에서 7번으로 내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즌 초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이런 반등은 그가 컨택 타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이뤄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금 이정후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시즌 초반에는 공을 강하게 치려고 했는데 최근 들어 거기서 조금 벗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이라) 이정후에겐 조금 더 길게 느껴지는 시즌인데 자신에게 잘 맞는 밸런스를 찾고 있는 중이다”며 “요즘 반대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고 있고, 공을 강하게 당겨치려는 모습이 줄었다. 이런 변화가 이정후에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마지막 홈런은 지난 5월1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7회 투런포. 이날 마지막 타석부터 최근 277타석 연속으로 홈런이 없다. 경기수 기준으로는 66경기째 무홈런이지만 이정후는 홈런을 버리면서 자신에게 맞는 컨택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바깥쪽 공을 무리하게 잡아당기지 않고 밀어치는 안타가 늘었고, 홈런 대신 2~3루타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이정후는 “뭔가 안 풀릴 때는 변화가 필요하다. 좋지 않은 시기가 있었지만 최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멜빈 감독님 말처럼 타격 연습할 때나 경기 전 준비 과정에서 작은 부분부터 바꾸려 하고 있다. 컨택에 입중하며 타구를 반대 방향으로 보내는 데 신경쓰고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샌프란시스코도 이정후의 컨택을 살리기 위해 앞에 주자가 나갔을 때 히트앤드런 사인도 자주 내고 있다. 이정후는 “히트앤드런 사인이 나올 때마다 꼭 안타를 친다. 정말 놀랍다”며 웃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2023년 한국에서 마지막 해에 발목 부상으로 86경기만 뛰고, 지난해에도 5월에 어깨 관절와순 수술로 시즌 아웃돼 37경기밖에 뛰지 못한 것을 감안해 시즌 후반 피로 누적을 겪지 않도록 더 많은 휴식을 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두 달가량 길었던 슬럼프 기간에도 이정후는 무너지지 않았고, 팀과 함께 생존법을 찾아냈다. 진짜 빅리거가 되어가는 과정이지만 최근 개인적으로 아쉬운 일도 있었다. 지난 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트레이드된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와 이별 때문이었다.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샌프란시스코가 트레이드 마감일에 셀러로 나서면서 여러 선수들을 보냈는데 그 중 한 명이 야스트렘스키였다.
같은 외야수 포지션으로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정후를 옆에서 많이 챙겨준 선수였다. 이정후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말해 조금 울컥했다. 야스트렘스키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 서로 문자도 주고받는데 긴 메시지를 보냈다. 앞으로도 야스트렘스키가 잘되길 바란다”며 애틋한 동료애를 드러냈다. 언제 어떻게 동료들과 이별할지 모르는 메이저리그의 생리를 직접 느끼고 있다. /[email protected]
[사진] 샌프란시스코 시절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와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