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전 국회의원의 사면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지난 7일 회의에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후원금 횡령 등 8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현재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다수의 국민이 민생과 무관한 사면 추진에 의아함과 불쾌함을 느낄 것”이라며 반발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면심사위는 전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아내 정경심씨, 최강욱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의 사면·복권을 건의하기로 하면서, 이 명단에 윤 전 의원을 포함했다.
윤 전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으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한 이력을 내세워 2020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런데 같은해 5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윤 전 의원에 대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이용해 먹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민주당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윤 전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 시작 전부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2020년 9월 윤 전 의원을 횡령과 사기 등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될 때까지는 4년 2개월이 걸렸다. 윤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국회의원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쳤고, 대법원 확정판결은 그로부터 6개월이 더 지나서야 나오면서 "지연된 정의"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윤 전 의원은 "무죄"라고 반발하면서 "정의연 활동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거나 이를 위해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의원의 사면 가능성이 점쳐지자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여성 인권단체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논평을 통해 “후원금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윤미향의 직업은 다름 아닌 국회의원이었다”며 “불법적 부를 축적한 권력자들을 핀셋처럼 선별해 사면하려는 대통령의 의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론 조사를 통해서 봐도 다수의 국민이 정치인 사면에 대해 비판적이다. 민생과 무관한 사면 추진에 대해 의아함·불쾌함을 느끼는 것”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잃은 정부가 어떻게 국민주권정부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도 통화에서 “사면이라는 제도는 국민을 통합하는 차원에서만 필요하다”며 “처벌을 충분히 받지 않은 정치인을 사면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횡령 의혹이 불거졌던 2020년 5월 당시 윤 전 의원을 겨냥해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음으로써 정의연의 정체성·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을 가지고 특권의 뒤에 숨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수 성향의 단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조국·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등을 사면한다는 것은 본인 편은 잘못이 있음에도 정의로 판단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이러한 집단적 확증편향이 지속되면 공동체가 왜곡되고 결국엔 대한민국이 망가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용수 할머니를 돕고 있는 단체인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의 관계자는 “이용수 할머니께서 체력적·심적으로 너무 힘든 상태이시고, 오래전 일이라 따로 얘기하고 싶지 않으시다는 입장을 시민모임에 밝히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