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주민 고통 불보듯…군부도 인질·병력 사망 우려에 반기
EU "용납 불가능한 도발"…국제사회, 두 국가 해법 훼손에 반발
네타냐후 가자지구 점령 공식화에 "사람 더 죽는다" 안팎 공포
가자주민 고통 불보듯…군부도 인질·병력 사망 우려에 반기
EU "용납 불가능한 도발"…국제사회, 두 국가 해법 훼손에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이 계획이 가자지구 내 인질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더 큰 희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공포가 점차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체를 점령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뒤 이스라엘 안팎으로 이에 대한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전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의향"이라며 "우리는 하마스의 끔찍한 공포로부터 우리를 해방하고, 가자 주민들을 해방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을 통치하길 원하지 않는다. 통치 기구로서 거기에 있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자지구를 영구적으로 통치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점령 계획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이에 정통한 이스라엘 안보 분석가들은 가자시티에 거주하는 수십만명의 민간인들을 이주시키고 수 주에 걸쳐 구호품 분배 인프라, 새 생활 공간과 의료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라고 전했다.
그다음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지역으로 이동해 작전을 수행하고 근본적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전체를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 계획을 밀고 나갈 경우 이스라엘이 향후 어떤 기관에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넘겨줄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장악할 경우 식량과 물, 전기, 의료 서비스 등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기본 수요를 모두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예루살렘 히브리대 에스테반 클로르 경제학 교수는 이스라엘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100억달러(13조8천억원)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지구 점령 계획은 이미 이스라엘 안팎에서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많은 사람이 하마스에 아직 붙잡혀 있는 인질과 가자지구 주민의 인명 피해, 이스라엘 군인 중에서도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 등을 우려해 점령 대신 휴전 합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군 수뇌부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간 군 내부에서는 가자 내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질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데다가 병력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지상전 확대를 꺼려왔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예비군들의 탈진과 체력 문제, 군이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통제책임을 맡는 데 대한 우려를 이유로 들어 이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이 장악하지 못한 가자지구 내 나머지 지역을 수개월 내에 점령할 수 있지만, 자국군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요르단강 서안와 같은 체계를 구축하려면 5년간은 계속 전투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질 가족들도 이번 계획으로 이스라엘군이 인질을 실수로 죽이거나 하마스가 살해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내 인질 가족 단체는 "우리 사랑하는 가족이 눈앞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이 인질로 잡혔다가 살해당한 엘하난 다미노는 "하마스는 잔인한 테러 조직이며, 이스라엘군이 가까이 오면 인질을 죽일 것"이라며 "다른 인질들이 우리 아들과 같은 방식으로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점령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이미 굶주림과 영양실조 등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더 큰 비극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들어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로 99명이 사망했으며,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5세 미만 어린이 약 1만2천명이 급성 영양실조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병원, 학교, 난민촌 등을 지휘통제센터로 이용한다며 공습을 이어왔다.
가자지구 북부를 떠나 칸 유니스로 피란 온 무칼리스 알마스리(34)는 지난 3일 대피소로 사용하던 학교가 폭격받아 남동생과 조카들이 사망하고 여동생이 다쳤다고 전했다.
알마스리는 "그들(이스라엘)이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을 점령하겠다고 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막대한 살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의향을 밝히고 각국이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나온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 완전 점령 계획은 국제적으로도 큰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해 더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에 대해 "용납 불가능한 새로운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EU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를 통해 서로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사태 해결의 토대로 간주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이나 전후 통치 계획은 이 같은 국제사회 공감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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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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